펴낸곳 : 전원문화사
페이지수 : 302
정  가  : 12,000원

■ 머리말

사찰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자못 큽니다.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경내의 돌 하나, 나무 한 그루에도 그 나무를 심고 돌을 배치한 분의 큰 뜻이 담겨져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찰에는 무엇 하나 예사롭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전각 벽에 그려져 있는 벽화에도 그 하나 하나에 깊은 의미가 담겨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한 벽화에 대해서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그냥 지나쳐 버립니다.
2500여 년의 긴 역사를 가진 불교는 오랜 세월을 거쳐오면서 수많은 설화를 낳았으며 그 설화들은 지금까지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신앙에 관한 이야기, 깨달음에 관한 이야기, 교리에 관한 이야기, 고승들의 행적에 관한 이야기 등 그 종류와 수에 있어서 정리가 곤란할 정도로 방대합니다.

그러한 이야기들 가운데 특히 중요하고 교훈이 될만한 이야기들이 선택되어 벽화로 그려진 것입니다.
벽화는 말 그대로 벽에 그려진 그림입니다.
예로부터 전해지는 고찰의 벽은 대부분이 흙벽이고, 비바람에 노출되기 쉬운 여건에 처해 있었기 때문에, 벽화도 늘 훼손되기 쉬운 환경 속에 있었습니다.
역사적으로 귀중하고 가치 있는 벽화들이 많이 남아 있지 못한 것이 무척 유감입니다.

목판에 그려진 불화는 흙벽에 그려진 벽화보다 좀더 나은 상태로 보존되어 있기는 하지만, 우리 나라의 건축 약식상 대부분이 흙벽이므로 목판으로 짠 벽 자체가 드물어서 나무에 그려진 불화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본서에서는 벽화의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따지는 것보다는 벽화가 우리에게 주는 상징적 의미를 풀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내용의 그림이라도 그리는 화가의 표현 방법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형태의 그림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이런 사정으로 이 책에서는 같은 내용의 벽화를 중복하여 다루면서 각각의 이해를 돕고자 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불교 설화가 다양하고 또한 비슷한 내용이 많아서 정확히 그 내용의 뿌리를 밝히는 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랐습니다.
벽화의 내용을 정확히 하기 위해서 벽화를 그린 화가를 만나 그 뜻을 직접 확인해야 했던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벽화는 그 작가가 고인이 되었거나 행방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경전과 불교 설화집 등의 문헌 연구와 스님들의 자문을 얻어서 본래의 뜻에 벗어나지 않게 하려고 하였습니다.

본문에 실려 있는 약 300장의 원색 사진은 현존하는 전국의 모든 사찰 벽화 대부분을 수록한 것입니다. 개중에는 한 장의 벽화 사진을 얻기 위해서 수백 리의 길을 물어 물어 찾아가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또한 한 장의 벽화가 지닌 의미와 배경을 살피기 위해 수많은 인연을 찾아다니던 일도 있었습니다.
아무쪼록 독자들의 선행과 사찰의 벽화를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무한한 보람으로 생각하겠습니다.

끝으로 이 책의 출판을 위해서 교정, 편집, 자료 제보 등 여러모로 도와주신 많은 스님들, 특히 직접 편집에 관여해서 많은 수고를 해주신 기성 스님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목차

  1. 석가모니의 일대기                   2. 부모은중경                    3. 지장 보살과 지옥
  4. 팔상도에서 파생된 벽화           5. 심우도                           6. 벽화에 나오는 동물들
  7. 십이지신                                 8. 관세음보살                    9. 호법 신장과 천인
  10. 성문과 보살                          11. 고승과 선사                   12. 기타 설화
  13. 불화상식

■ 저자의 이야기

무심히 보는 사찰의 벽화 속에도 많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 뜻을 알면 사찰을 찾는 마음이 더욱 환희로와 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