讀馮圃芝餘事集因題天章還山詩巻(독풍포지여사집인제천장환산시권) 王漁洋(왕어양)
木脫石氣青(목탈석기청) 吟君古調詩(음군고조시)
落日髙鳥去(락일고조거) 碧空澹涼颸(벽공담량시)
一吟扣一絃(일음구일현) 一吟傾一巵(일음경일치)
嘈嘈立部伎(조조립부기) 孑孑寡女絲(혈혈과녀사)
巧笑倚市門(교소의시문) 漆室聲苦悲(칠실성고비)
猿鳴上峽夜(원명상협야) 雁警團沙時(안경단사시)
遥憶中條山(요억중조산) 雲物秋正奇(운물추정기)
吳生家山南(오생가산남) 拾橡恒苦饑(습상항고기)
朝吟看雲出(조음간운출) 暮吟逐雲歸(모음축운귀)
河聲與嶽色(하성여악색) 中有太古詞(중유태고사)
誰為昭與聾(수위소여롱) 獨有馮生知(독유풍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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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나뭇잎은 지고, 바위 기운은 푸르네.
그대의 옛 운치 깃든 시를 읊조리며,
저무는 해 속에 높은 새는 날아가고,
푸른 하늘엔 서늘한 가을 바람이 불어오네.
한 번 읊으면 거문고 줄 하나를 두드리고,
또 한 번 읊으면 술잔 하나를 기울이네.
시끌벅적 서서 노래하는 악공도 있고,
외롭게 홀로 거문고 줄을 타는 여인도 있네.
아리따운 웃음 머금고 시장 어귀에 기대 있으나,
어두운 방의 그 소리는 괴롭고 슬프다네.
깊은 협곡의 밤에는 원숭이 울음이 들리고,
모래톱엔 기러기가 떼 지어 앉아 경계하네.
멀리 중조산을 생각하니,
가을 구름과 경치가 참으로 기이하다.
오(吳) 지방의 선생은 고향 산 남쪽에서,
도토리를 주워 늘 굶주림을 달래셨다네.
아침에는 시 읊으며 구름이 피어오르는 걸 보고,
저녁에는 시 읊으며 구름을 따라 돌아오네.
강물 소리와 산빛 속에,
그 안에 태고의 시어가 있구나.
누가 밝은 자와 귀먹은 자를 가를 수 있으랴,
오직 풍 선생만이 이를 아시리라.
(註)
颸(시) … 부드럽게 부는 바람. 특히 가을의 선선한 바람.
孑孑(혈혈) … 외로이 홀로 있는 모습.
寡女絲(과녀사) … 거문고 줄을 타는 외로운 여인.
漆室(칠실) … 빛이 들지 않는 어두운 방.
中條山(중조산) … 중국 산서성(山西省)에 있는 산 이름.
拾橡(습상) … 도토리를 주움. 가난하여 먹을 것을 구하는 모습.
太古詞(태고사) … 아주 먼 옛 시대의 시어. 고풍스럽고 순수한 시구를 뜻함.
이 시는 풍포지(馮圃芝)의 시권을 읽고 왕어양이 감흥을 적은 것으로,
풍 선생의 시에서 태고의 기운과 은거 생활의 청정함을 느끼고 찬미한 작품입니다.

이 곳의 자료는 청남선생님의 열정으로 만들어진 소중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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