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詩源(고시원) 上(상) 卷三(권삼) 漢詩(한시)

悲憤詩(비분시) -1 蔡琰(채염)

 

漢季失權柄(한계실권병)董卓亂天常(동탁란천상)志欲圖簒弑(지욕도찬시) 先害諸賢良(선해제현량)逼迫遷舊邦(핍박천구방)擁王以自强(옹왕이자강) 海內與義師(해내여의사)欲共討不詳(욕공토불상)卓衆來東下(탁중래동하) 金甲耀日光(금갑요일광)平土人脆弱(평토인취약)來兵皆胡羌(내병개호강) 獵野圍城邑(엽야위성읍)所向悉破亡(소향실파망)斬截無孑遺(참절무혈유) 尸骸相牚拒(시해상탱거)馬邊懸男頭(마변현남두)馬後載婦女(마후재부녀) 長驅西入關(장구서입관)回路險且阻(회로험차조)還顧邈冥冥(환고막명명) 肝脾爲爛腐(간비위란부)所略有萬計(소략유만계)不得令屯聚(부득령둔취) 或有骨肉俱(혹유골육구)欲言不敢語(욕언불감어)失意幾微間(실의기미간) 輒言斃降虜(첩언폐강로)要當以亭刃(요당이정인)我曹不活汝(아조불활여) 豈敢惜性命(기감석성명)不敢其詈罵(불감기리매)或便加棰杖(혹변가추장) 毒痛參幷下(독통참병하)旦則號泣行(단칙호읍행)野則悲吟坐(야칙비음좌) 欲死不能得(욕사불능득)欲生無一可(욕생무일가)彼蒼者何辜(피창자하고) 乃遭此厄禍(내조차액화)

 

【解】

漢末(한말) 王權(왕권)이 失墜(실추)되는 틈을 타서

董卓(동탁)은 천하의 常道(상도)를 어지럽히고,

弑虐(시학)을 일삼아 天位(천위)를 뺏으려고

우선 많은 賢良(현량)을 살해하고,

天子(천자)에게 다가가서

舊都(구도) 長安(장안)으로 首都(수도)을 옮기게 하고,

獻帝(헌제)를 擁立(옹립)해서 자기의 권력을 굳혔다네.

그때 국내에는 義兵(의병)을 일으켜,

함께 不義(불의)의 董卓(동탁)을 치려했으나,

董卓(동탁)의 軍勢(군세)가 東下(동하)하는데,

그 武具甲冑(무구갑주)는 햇빛에 번쩍이고, 勢(세)는 강하였다네.

이것을 방지하는 국내의 사람들은 약한데 비해,

襲來(습래)하는 병사는

모두 胡羌(호강)의 병사를 빌려 왔기 때문에

난폭하여, 들을 가로지르고, 城을 포위하여,

대적하는 사람이 없으며, 모두 패하고 살해당해,

한 사람도 살아 남는 이가 없어,

시체는 겹쳐 쌓이는 형편이었다네.

말 옆에는 죽인 사람의 머리를 매 달고,

말 뒤에는 훔친 부녀자를 차에 싫고

곧장 달려 서 函谷關(함곡관)으로 쳐들어 왔다네.

그리하여 잡힌 몸이 된 나는 故國(고국)을 멀리하여,

아득히 멀리 떨어지고 또한 험한 길가며,

뒤돌아봐도 가물가물 아무 것도 보이지 않으며,

창자는 끊어지고 내장은 썩는 듯한 생각이 든다네.

胡(호)가 약탈한 부인은 만을 헤아릴 정도이나,

그들을 한 곳에 모으지는 않는다네.

그 가운데는 자매 모두 잡힌 자도 있어서,

서로 말을 하려 해도 말을 못하게 한다네.

그들 비위에 조금이라도 거슬리면, 곧 호통을 치며

｢죽어라. 포로 녀석들. 결국 칼로 베어 주리.

우리는 너 따위를 살려 두지 않는다.｣라고.

목숨이 아깝다는 생각은 않으나,

그 욕설과 더러운 입을 차마 견디기 힘든다네.

때로는 회초리와 몽둥이로 얻어 맞고,

그 독과 아픔은 견디기 힘들며,

아침에는 울면서 걷고, 밤에는 앉아서 슬피 운다네.

죽으려 해도 되지 않고, 살려 해도 하나도 좋은 것이 없으니

아아 蒼天(창천)의 신이여,

내게 무슨 죄가 있어서 이런 화를 당하지 않으면 안되게 하나요.

 

【注】

蔡琰(채염)(162 - 239?).... 字(자)는 文姬(문희), 蔡邑(채읍)의 여자로 博學(박학)하고 才辯(재 변)하며 音律(음율)에도 뛰어났다. 일직 시집을 갔으나 남편이 죽어서 친가 에 돌아가 있었다. 漢末(한말)의 大亂(대란)을 만나 胡騎(호기)에게 잡혀 南 匈奴(남흉노)에 들어가, 左賢王(좌현왕)의 妾(첩)이 되어, 王(왕)의 寵愛(총 애)를 바드면서 12年(연)을 사는 동안 두 자식을 낳았다. 뒤에 曹操(조조)가 蔡邑(채읍)에게 後(후)자가 없는 것을 가엽게 여겨 金璧(금벽)으로 사들여 돌아왔다. 그 뒤 再嫁(재가)해서 屯田都尉(둔전도위) 董祀(동사)의 처가 되 어 부부가 화목했다 한다.

悲憤詩(비분시)... 後漢書(후한서) 권84 董祀(동사) 妻(처) 條(조)에 있음. 두 首(수) 있는 것 가운데 하나 임. 작가가 胡地(호지)에서 돌아온 다음의 작이며, 난리의 참상 을 그리고, 세상을 원망하고, 悲憤(비분)의 정을 담은 작품임.

天常(천상)..... 五常(오상)의 道(도)(仁義禮智信(인의예지신))을 말함.

諸賢良(제현량)... 司空劉弘(사공유홍), 弘農王(홍농왕), 司隸校尉袁(사예교위원) 등을 말함.

逼迫(핍박)..... 獻帝(헌제)에게 달겨든 것을 말함.

擁王(옹왕)..... 少帝(소제)를 廢(폐)하여 弘農王(홍농왕)으로 하고, 陳留王(진류왕)을 擁立 (옹립)해서 獻帝(헌제)라고 하였다.

胡羌(호강)..... 北狄(북적)과 西狄(서적)을 말 함.

牚拒(탱거)..... 시체가 겁치고 쌓여 있는 모양.

邈冥冥(막명명)... 邈(막)은 아득하다는 말. 冥冥(명명)은 그윽하여 보이지 않는다는 말.

肝脾(간비)..... 肝臟(간장)과 脾臟(비장)

失意幾徵間(실의기징간).... 사소한 일로 胡人(호인)의 비위를 거슬리는 일.

亭刃(정인)..... 병기로서 사람을 해치는 것.

毒痛(독통).... 매질로 아픈 것. 또 거기서 생기는 毒害(독해).

彼蒼者(피창자)... 하늘을 부르며 호소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