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제3권 (중국편)

(1`7) 중악(崇嶽) 혜안국사(慧安國師)

 

스님은 형주(州)의 지강(枝江) 사람으로 성은 위(衛씨였다. 隋 문제)의 개황 17년만에 천하에 널린 사도승(私度僧)을 총괄하여 심사하게 하였는데 대사는

 

「나는 자격이 없다.」하고 산골에 숨었다.

 

대업때에 장정을 많이 뽑아 운하를 티우므로써 주려 죽은 시체가 즐비하게 되니, 대사는 걸식을 해서 구제하였다.

 

양제가 대사를 불러도 나아가지 않고 태화산에 들어가 숨었는데 황제가 강도(江都)에 행차하므로써 천하가 소란해지니, 주장자를 떨치고 떠나 형악사(衡嶽寺)에 가서 두타행 (頭陀行)을 하였다.

 

당의 정관에 황매에 가서 흥인대사를 뵈옵고 마음의 법요를 전해 받고 仁德(인덕) 원년에 종남산 석벽(石辟)을 지나다가 거기서 눌러 살았다. 고종이 또 대사를 불러도 가지 않고 명소를 두루 다니다가 숭산의 소림에 이르러서

 

「 여기가 내 생명을 마칠 곳이다」하였다.

 

그로부터 참선하는 이가 많이 모였는데 탄연(坦然)과 회양(懷讓) 두 사람이 와서 물었다.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으로 오신 뜻입니까?」

 

「어찌하여 자기의 뜻은 묻지 않는가.」

 

「어떤 것이 자기의 뜻입니까?」

 

「비밀한 작용을 관찰하라.」

 

「어떤 것이 비밀한 작용입니까?」

 

대사가 눈을 떴다 감았다 하여서 보이니 탄연이 그 말끝에 깨달아 다시는 딴 곳으로 가지 않았으나 회양은 인연이 맞지 않아서 하직하고 조계로 갔다. 측천무후가 연(輦)밑으로 불러들여 스승의 예로써 대우하고, 신수선사와 같이 존중히 여겼다. 무후가 일찍이 대사의 나이를 물으니,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무후가 다시 물었다.

 

「어찌하여 기억하지 못하시오.」

 

「생사윤회는 마치 고리와 같고, 고리는 시작도 끝도 없거늘 기억해서 무엇하겠습니까. 하물며 이 마음이 흘러 쏠리는 중간은 틈이없거늘 거품이 일어났다 꺼졌다 함을 보는 것은 망상일 뿐입니다. 처음의 의식으로부터 움직이는 형상에 이르고, 사라질 때에도 다만 이러할 뿐입니다.」

 

무후가 듣고 이마를 조아려 신봉하였다. 이윽고 신룡 2년에 중종이 자색 가사를 하사하고 제자 27인을 출가시켰으며, 이어 궁중으로 맞이하여 3년동안 공양하였다.

 

또 마랍 가사 한 벌을 하사하니, 대사는 사양하고 숭악으로 돌아갔다. 그해 3월 3일에 문인에게 유촉 하기를

 

「내가 죽거든 시체를 숲 속에 놓아 두어 들불에 타도록 하라」하였다.

 

얼마 되지 않아 만회공(萬廻公)이 대사께 와서 뵈오니, 미친듯이 손을 잡고 이야기를 하느데 곁에 뫼신 이가 귀를 기우리고 자세히 들어도 무슨 소리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8일이 되매 문을 닫고 누워서 입적하니 춘추가 82세였다. 문인들이 유언에 따라 시체를 메어다 숲 속에 놓으니, 과연 들불이 나서 자연히 화장을 하여 80개의 사리를 얻었다. 그중에 다섯개는 빛이 분홍 자주였는데 궁중에 남겨 두고 선천(先天) 2년이 되어 문인들이 부도를 세웠다.

 

출전: 불교통신대학 “경덕전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