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제3권 (중국편)
(18) 원주 몽산 도명선사(道明禪師)
스님은 반양 사람으로 진(陣)나라 선제(宣帝)의 후손이다. 나라가 망하므로 평민이 되었는데 왕손인 까닭에 일찍이 직위(署)를 받았으므로 장군이라는 칭호가 있었다.
어릴 때에 영창사(永昌寺)에서 중이 되었는데 도를 사모함이 지극히 간절하였으므로 5조의 법회에 가서 극진한 뜻으로 연구하였다. 처음에는 아무 것도 깨달은 것이 없더니, 5조가 노행자에게 비밀히 옷과 바루를 전했다는 말을 듣고 동지들 수십명을 거느리고 뒤를 쫓아 대유령에 이르러서 가장 먼저 노행자를 보았다.
노행자는 대사가 오는 것을 보고 의발(衣鉢)을 반석 위에다 놓으면서 말했다.
「이 옷은 믿음을 표시하는 것이거늘 힘으로 다투겠는가. 마음대로 가져가라.」
대사가 들려 했으나 산과 같이 꼼짝도 않으니, 망설이다가 겁이 나서 말했다.
「제가 온 것은 법을 구하기 위한 것이요. 옷을 위한 것이 아니니, 바라건대 행자께서는 저에게 일러 주십시요.」
「선도 생각지 말고 악도 생각치 말라. 이런 때엔 어떤 것이 상좌의 본래의 면목인가?」
대사가 당장에 크게 깨달아 온 몸에 땀을 흘리면서 몇 차례 절하고 물었다.
「위에서 보이신 비밀한 말과 뜻 이외에 다른 뜻이 있으십니까.」
「내가 이제 그대에게 말한 것은 비밀이 아니다. 그대가 자기의 본래면목을 반조하면 비밀함은 도리어 그대에게 있다.」
「제가 비록 황매산에서 대중을 따랐으나 실제에는 자기의 면목을 밝히지 못했는데 이제 들어갈 곳을 가르쳐 주심을 받으니, 사람이 물을 마심에 차고 더운 것을 스스로 아는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행자께서는 저의 스승이십니다.」
「그대가 그렇다는 것은 좋다. 그러나 나는 그대와 함께 황매를 스승으로 섬기었으니, 잘 보호해 지니라.」
「저는 이후에 어디로 가오리까.」
「원(袁)을 만나면 멈추고, 몽(蒙)을 만나면 살아라.」
대사가 절하고 하직한 뒤에 급히 고개 밑으로 가서 다른 동지들에게 말했다.
「앞산이 까마득하여 아무리 바라보아도 아득 할 뿐 종적이 없다. 딴 길로 찾아보자.」
모두가 그럴 사 하게 여겼다. 대사는 돌아온 뒤에 홀로 여산의 포수대(布水臺)에서 3년을 살다가 나중에 곤주의 몽산으로 가서 현묘한 교화를 크게 퍼뜨렸다.
처음은 明이라 하였으나 6조의 이름자를 피하기 위하여 도명 (道明)이라 하였다. 제자들은 모두 남쪽으로 보내서 6조께 참문하게 하였다.
출전: 불교통신대학 “경덕전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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