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제3권 (중국편)
(25) 숭악 파조타화상(破竈墮和尙)
스님의 성명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말과 행리는 헤아릴 수 있었다. 숭악에 숨어살 때에 산 중턱에 매우 영검하다는 제당(廟)하나가 있었는데 그 안에는 조왕신 하나만을 모셔 놓고 사방 사람들이 끊임없이 제사하여 산목숨을 심히 많이 죽였다.
대사가 하루는 시봉하는 중을 데리고 제당에 들어가서 주장으로 조왕신의 머리를 세 번 때리고 말했다.
「애달다. 조왕신아, 진흙덩이가 합쳐서 이루어졌거늘 거룩함은 어디서 왔으며 영검함은 어디서 왔기에 이렇듯 이 산목숨을 삶아 죽이는가.」
「그리고는 다시 세 번을 치니 조왕신은 넘어지면서 깨졌다. 조금 있다가 어떤 사람이 푸른 옷과 높은 관을 쓰고 홀연히 대사께 절을 하니 대사가 물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저는 본래 이 제당의 조왕신이었는데 오랫동안 업보를 받다가 오늘에야 화상께서 무생법문(無生法門)을 일러주시는 것을 듣고 여기를 벗어나서 하늘에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일부러 사례하러 왔습니다.」
「이는 그대가 본래 가지고 있는 성품을 지적했을 뿐이요, 내가 억지로 말한 것은 아니다.」
그는 다시 절하고 이내 사라졌다. 조금 있다가 시봉하는 중들이 물었다.
「저희들은 오래 동안 스님의 곁에서 뫼시고 있었지만 아직도 스님께서 애써서 저희들에게 일러 주시는 말씀을 듣지 못하였는데 조왕신은 어떤 지름길을 얻었기에 하늘에 태어났습니까?」
「나는 다만 그에게 말하기를 '진흙덩이가 합친 것이라」했을 뿐 별다른 도리를 말한 일이 없다.」
뫼셨 던 중들이 잠자코 섰으니 대사가 다시 말했다.」
「알겠는가.
주사(主事: 직책의 이름)가 대답했다.
「모르겠습다.」
「본래 가지고 있는 성품인데 어찌하여 알지 못하는가.」
뫼시는 중들이 절을 하였는데 대사가 말했다.
「떨어졌다. 깨졌다.」
나중에 의풍선사(義豊禪師)라는 이가 있다가 안국사(安國師)에게 사뢰니 안국사가 탄복하였다.
「이 사람이 물질과 사람이 동일한 이치를 몽땅 알아 버렸으니 가히 밝은 달이 허공에 돋으니 보지 못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도다.」
의풍선사가 머리를 숙이고 합장하고 물었다.
「어떤 사람이 그의 법맥을 만나겠습니까?」
「알지 못하는 일이다.」
또 어떤 스님이 물었다.
「물건들이 형상이 없을 때는 어떠합니까?」
「절을 하면 그대일 뿐이요 <나>가 아니며, 절을 하지 않으면 <나>일 뿐이요 그대가 아니다.」
그 중이 절을 하고 사죄하니 대사가 말했다.
「본래 있는 물건은 물건이 아니다. 그러므로 마음이 물건을 운용하면 부처와 같다 하였다.」
「어떤 것이 착한 행을 닦는 사람입니까?」
「창을 들고 갑옷을 입은 사람이니라.」
「어떤 것이 악을 행하는 사람입니까」
「禪을 닦아 定을 든 사람이니라.」
「저는 근기가 얕으니 스님께서 잘 가르쳐 주소서.」
「그대가 나에게 악을 물으나 악이 선을 쫓지 않고 그대가 나에게 선을 물으나 선이 악을 쫓지 않는다. 알겠는가?」
「모르겠습니다.」
「악한 사람은 착한 생각이 없고 착한 사람은 악한 생각이 없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선과 악은 모두가 뜬 구름과 같아서 모두가 일어나고 꺼지는 곳이 없다 하노라
그 스님이 이 말끝에 크게 깨달았다.
또 어떤 스님이 오자 대사가 물었다.
「어느 회상에서 오는가?」
그 스님이 가까이 와서 합장하고 대사를 한번 돈 뒤에 나가니 대사가 말했다. 「우두의 회상에는 이런 사람이 없을 것이다.」스님이 대사를 돌다가 윗쪽에서 합장하고 섰으니 대사가 말했다. 「과연 그렇다.」
스님이 불쑥 물었다.
「물건이 응할 때에 그를 말미암지 않는 시절이 어떠합니까?」
「어떻게 그를 말미암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정도를 쫓아 근원에 돌아가는 것이겠읍니다」
「근원에 돌아간다지만 무엇을 쫓겠는가?」
「화상의 지시가 아니었다면 허물에 떨어질뻔 하였읍니다.」
「아직도 사조 때의 도리는 보지 못했으니 본 뒤에 다시 소식을 통해 오라.」
그 스님이 대사를 한번 돌고 나가니 대사가 말했다.
「정도를 쫓고 근원에 돌아가는 이치는 예나 이제나 환하다.」
그 중이 절을 하였다.
또 어떤 스님이 뫼시고 섰는데 오랫만에 대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조사와 부처들은 오직 사람에 맞추어 본 성품과 본심을 말했을 뿐이다. 별도리가 없으니 알아 차리라.」
그 스님이 절하고 물러가려 하니 대사가 불자(拂子)로 때리면서 말했다. 「한 곳이 이러하니 천 곳이 모두 그러하겠구나.」
그 중이 가까이 와서 합장하고 외마디 소리를 지르니 대사가 말했다.
「다시는 믿지 않겠다.」
그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1천제의 무리입니까?」
「예배하고 존중하는 자이다.」
「어떤 것이 정진하는 사람입니까?
୮욕하고 성내는 것이다.」
그 뒤에 어찌 되었는지 그의 행적은 알 수가 없다.
출전: 불교통신대학 “경덕전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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