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덕선등록(景德傳燈錄) 제5권(중국편)
⑥ 홍주(洪州) 법달선사(法達禪師)
7세에 출가하여 법화경을 읽었다. 구족계를 받은 뒤에 조사(六조)께 와서 절을 하는데 머리가 땅에 닿지 않으니, 조사가 꾸짖었다.
「땅에 닿지 않게 절을 하려면 절을 하지 않는 것과 다른 것이 무엇이냐. 그대의 마음 속에 반드시 어떤 물건이 쌓였으리니, 그것이 무엇이냐?」「법화경을 읽기 시작하여 이미 3천부에 이르렀읍니다.」
「그대가 만 부를 읽어서 경의 뜻을 알았더라도 수승하게 여기지 않게 된다면 나와 같이 행할 수 없다. 그대는 지금 이 사업을 짊어지고 있으면서도 전혀 물이 되는 줄을 모르고 있구나. 나의 게송을 들으라.」
禮本折縵幡(예본절만번) 頭亥不至地(두해부지지)
有我羅則生(유아나칙생) 亡攻福無此(망공복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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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절은 본래 야만을 꺾자는 것
어찌 하여 머리가 땅에 닿지 않는가
<나>라는 생각 두면 죄가 생기고
,공명심이 없으면 공덕이 한량없다.
조사가 또 말했다.
"그대의 이름이 무엇인가?
「그대의 이름이 법달, 즉 법을 끼쳤다면 무슨 법을 통달했는가. 다시 계송을 들으라.
汝今名法達 여금명법달 勤誦未休歇 근송미휴헐
空誦但循聲 공송단순성 明心號菩薩 명심호보살
汝今有緣故 여금유연고 吾今爲汝說 오금위여설
但信佛無言 단신불무언 蓮華從口發 연화종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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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解】
그대의 지금 법에 통달한다 이르면서
부지런히 읽기를 쉬지 않구나
공연히 외우기만 하면 소리만을 내는 것
마음을 밝혀 보살을 불러봐라
그대와 이재 인연이 있기에
그대에게 분명히 말해주나니
부처님은 말씀이 없었음을 믿으면
연꽃이 입에서 솟아나리라
대사가 계승을 듣고 허물을 뉘우치면서 말했다.
「지금부터는 은갖 일에 겸양하고 공손하겠으니, 바라건대 화상께서 자비를 베푸시어 경에서 주장한 이치를 말씀해 주십시요.」
다. 「그대가 이 경을 읽었다 하니 무엇으로 종취(宗)를 삼는가?」「학인이 어리석어서 원래 글자만을 읽었으니, 어찌 종취를 알겠읍니까.』「그렇다면 내 앞에서 한 번 의워브라. 내가 설명해 주리라.」대사가 곧 큰 소리로 의워서 방편품(方便品)까지 이르렀을 때에 조사가 말했
「그만 두라. 이 경은 원래 어떤 인연을 위하여 세상에 나타나심으로써 종취를 삼는다.아무리 갖가지 비유를 많이 말했다 하여도 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무엇이 인연인가. 오직 하나의 큰 일이다. 하나의 큰 일이라 함은 곧 부처의 지견(知見)이니, 그대는 행여라도 경의 뜻을 잘못 알지 말라. 경에 열여 보이고 깨닫고 듣게 하는 것은 부처님의 지견이다.」
「그렇다면 이치만을 알고, 경을 읽을 필요가 없을까요.」
「경에 무슨 허물이 있기에 그대의 생각에 장애를 주리요. 다만 미혹과 깨닫음은 사람에게 있고 손해와 이익은 그대에 의할 뿐이다. 나의 게송을 들으라.」
心迷法華輕 심미법화경 心悟轉法華 심오전법화
誦久不明已 송구불명이 與意作讎家 여의작수가
無念念卽正 무념념즉정 有念念成邪 유념념성사
有無俱不計 유무구불계 長御白牛車 장어백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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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解】
마음이 미흑하면 법화가 나를 떠나고
마음을 깨달으면 법화가 내게 오네
오래 읽어도 마음을 밝히지 못하면
이치와는 영원히 거리가 멀게 되네
생각 없어지면 생각은 바르고
생각이 있으면 사된 생각을 이룬다
있음과 없음을 모두 계교치 않으면
길이 백우거(白牛車)를 타리라
대사가 게송을 듣고 다시 물었다.
『경에 말씀하시기를 「여러 성문들과 내지 보살들이 모두 생각하고 따져도 부처의 지혜를 헤아리지 못한다」하였는데 이제 범부들로 하여금 스스로의 마음을 깨닫기만 하면 부처의 지견이라 하시니, 상근(上根)의 무리가 아니면 의심과 비방을 면치 못하겠읍니다. 또 경에서 세 수레를 말씀하셨는데 큰 소 수레와 흰소 수레가 어떻게 다릅니까?』
「三승 사람들이 부처님의 지혜를 헤아리지 못하는 까닭은 헤아리고 따지기 때문이다.」
경문에 분명히 말씀하시기를 「둘도 없고 셋도 없다」하였거늘 그대는 어찌하여 살피지 않는가. 세 수레는 거짓이니, 지난 날을 위한 까닭이요. 1승은 실제이니, 지금을 위한 까닭이다. 다만 그대로 하여금 거짓을 버리고 실제에 나아가게 하기 위할 뿐이니, 실제에 돌아간 뒤에는 이름조차도 없다. 거기에 있는 진기한 재물은 모두가 그대의 것이요. 모두가 그대들이 수용할 것이다. 다시는 아버지라는 생각도 말고 아들이라는 생각도 말고 생각하려고도 말라. 이것이 법화경을 바르게 가지는 것이다.
대사는 조사의 일깨워 줌을 받고 뛸 듯이 기뻐하면서 게송으로 찬탄했다.
經誦三千部 경송삼천부 曹溪一句之 조계일구지
未明出世旨 미명출세지 寧歇累生狂 영헐루생광
羊鹿牛權說 양록우권설 初中後善揚 초중후선양
誰知火室內 수지화실내 元是法中王 원시법중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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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解】
삼천 부의 경전을 다 읽으니
그 뜻 조계의 한 구절에 다 있네
출세의 뜻을 밝히지 못하면
편하지 못하고 미친 듯한 삶을 살리라
양과 사슴과 소를 견주어 말하되
처음과 중간과 나중으로 차례로 선하니
누가 알랴, 불난 집 방안에
원래부터 법왕이 있었음을.
조사가 말했다.
「그대는 지금부터 경문을 외우는 스님이라 부르라.」대사는 이로부터 현묘한 이치를 깨닫고 또 경 외우기를 쉬지 않았다.
출전: 불교통신대학 “경덕전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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