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동자와 세조
어느 날 밤, 조카 단종을 죽이고 이조 제7대 임금이 된 세조임금님의 꿈에 형수 문종황후(단종의 어머니)가 나타났다.
「에이 더러운 인간아! 아무리 부귀영화가 좋기로서니 어찌 감히 조카를 죽이는가?」 하고 얼굴에 침을 뱉았다.
그런데 그날부터 세조대왕의 몸에는 병명을 알 수 없는 이상한 종기가 나서 아무 약을 써도 소용이 없었다.
견디다 못한 세조는 금강산에 들어가 기도를 하려고 길을 떠나 斷髮嶺(단발령)에 이르니, 산색은 청정하여 마치 부처님 몸을 뵈옵는 것 같고 흐르는 냇물은 청정하여 마치 부처님 음성을 듣는 것만 같았다.
세조는 그대로 머리를 깎고 중이 될 것을 생각하였다.
그러나 좌우에서 만류하는 신하들의 권유로 머리 전부를 깍지 않고 위 부분만 잘라버렸다.
그리하여 그 고갯길을 그때부터 斷髮嶺(단발령)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단발령에서 발길을 돌린 세조는 금강산행을 그만두고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上院寺(상원사)로 갔다.
날씨가 몹시 무더운 어느 여름 날, 몸 안의 종기가 불어터지는 것만 같았다.
세조는 모든 시중들을 물리치고 홀로 시내에 들어가 더러운 부스럼을 씻고 있었다.
그런데 등에는 손이 닿지 않아 씻지 못하고 있었는데,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한 동자가 「등을 문질러 드릴까요?」하고 소리쳤다.
동자는 오자마자 대왕의 등을 어떻게나 시원스럽게 잘 문질러 주는지 금방 하늘에라도 날아 갈 것만 같았다.
그러나 당시 법에 임금님의 몸에 상처를 내면 살아 남지 못하는 엄한 벌을 받도록 되어 있기에, 임금님은 동자를 보고
「동자야, 너 아무한테도 임금님을 봤다고 하지 말라.」라고 하였다.
그러자 동자는
「걱정 마십시오. 당신도 아무한테나 나를 봤다고 하지 마셔요.」
「너는 누구인데?」
「예 나는 문수동자 올시다. 나를 여기서 친견했다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시오」
왕이 그 말을 듣고 곧 뒤를 돌아보니 머리를 두가닥으로 딴 동자가 금방 나무사이로 사라지는데 아무리 다시 찾아 봐도 다시 만날 수가 없었다.
대왕은 너무나 신기해서 그 동자의 모습을 곳 붓으로 그려 모시게 하고 다시 그것을 造像(조상)으로 해서 모시게 하였으니 지금 五臺山(오대산) 上院寺(상원사) 큰방에 모신 문수동자가 그분이시다.
세조대왕은 그날로 모든 병이 씻은 듯이 나아서 그 은혜를 보답하고자 그때부터 많은 불사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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