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단마제 태자
옛날 어떤 큰 나라에 전단마제라는 태자가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자비심이 깊었던 그는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볼 때마다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내어주었다. 모든 것을 내주어 더 이상 어려운 이웃에게 줄 것이 없어지자, 태자는 자신의 몸을 노예로 팔기에 이르렀다.
자기의 아들이 노예로 팔려간 사실을 안 부왕은 태자를 다시 궁중으로 불러들여, 이제부터는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남에게 베풀 것을 허락하였다.
한편 그 나라의 수도 가까운 산에서 용맹이라는 선인이 오백 명의 제자와 함께 수행하고 있었는데, 태자는 그들에게도 음식과 의복을 바쳤다. 어느 날 공양을 드리고 선인의 설법을 듣던 태자는 세상의 덧없음을 깨닫고, 입고 있던 비단옷과 치장을 궁중으로 돌려보냈다.
그길로 선인들과 함께 수행하기 시작하였다.
이 소식을 전하여 들은 왕후와 태자비는 몹시 슬퍼하며 태자의 마음을 돌려 보려고 애를 썼지만, 이미 마음을 굳힌 태자의 수행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저 때때로 산 위까지 음식을 날라다 주며 태자가 건강하기를 기원할 뿐이었다.
이렇게 몇 해가 지나는 동안 태자의 수행은 더욱 그 도가 깊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산 아래 깊은 골짜기에 사는 어미 범이 새끼를 일곱 마리 낳았다. 그런데 그때에 마침 큰 눈이 내려 어미 범이 며칠째 먹이를 구하지 못 하였다.
어미범과 새끼들은 이미 굶주림에 지쳐 있었고, 조금만 더 지나면 굶주린 어미 범이 새끼를 잡아먹을지 경에 놓여 있었다.
산 위에서 수행하던 선인들은 이 비참한 광경을 보고 저마다 안타까와 하였으나,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 이야기를 전하여 듣고 벼랑 위에 서서 어미범과 새끼범의 가엾은 모습을 본 태자는 큰 자비심을 느꼈다.
태자는 범의 먹이가 되기로 결심을 하고는 벼랑에 앉아 선정 禪定(선정)에 들어갔다. 과거에 무수하게 지나간 생애를 하나하나 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리하여 과거생에서 자신은 중생을 위해 천 번이나 몸을 희생하여 불도를 이루겠다는 서원을 하였고, 구백아흔아홉 번까지 실행하였음도 알게 되었다.
한 번 만더 자신을 희생하면, 그 서원이 모두 이루어짐을 알게 되자 기쁘기가 한량이 없었다.
이때에 부란장자라는 부호가 선인들을 공양하기 위하여 산으로 올라왔다가 태자의 결심을 알고는 슬피 울면서 전송하였다.
태자는 합장한 채 벼랑에서 뛰어내려 범의 먹이가 되었다.
굶주려서 기진해 있던 어미 범이 태자의 살을 먹고 기운을 차려 새끼 범들에게 젖을 머이자 마침내 새끼와 어미가 모두 살아나게 되었다.
하지만 하늘과 땅은 이를 지켜본 사람들의 통곡소리로 가득하였다.
이 일로 용맹 선인은 깨달음을 얻었으며 오백 명의 제자들도 크게 보리심을 내었다고 전한다.
출전 해인사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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