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와 사랑을한 김현
신라 풍속에는 매년 2월 초8일에서 보름까지, 모든 남자와 여자들은 興輪寺(흥륜사)의 殿塔(전탑)을 돌면서 복을 빌었다.
신라 원성왕 때 金現(김현)이라는 화랑은 밤늦게 까지 탑을 돌며 수지 않았는데, 그 때 한 처녀가 또한 염불을 하면서 따라 돌았으므로 서로 정이 움직여 눈길을 주었다.
돌기를 마치자 그는 처녀를 구석진 곳으로 데대려가서 서로 깊은 관계를 맺었다.
그리고 처녀가 몹시 거절했으나 억지로 처녀 집으로 따라갔다.
산 기슭에 이르러 한 초가에 들어가니 한 늙은 할머니가 그 처녀에게 누구냐고 물었다. 처녀는 청년과의 사실을 모두 말했다.
｢비록 좋은 일이지만 안한 것보다 못하다. 그러나 이미 저지른 일이니 나무랄 수도 없다. 구석진 곳에 숨겨라. 네 형제가 나뿐 짓을 할까 두렵다.｣
처녀는 김현을 이끌고 구석진 곳에 숨겼다.
조금 뒤 세 마리의 범이 으르렁거리며 오더니 사람 냄새가 난다고 했다.
늙은 할머니와 처녀는 꾸짖었다. ｢너희 코가 잘못이지 무슨 미친 소리냐?｣
그때 하늘에서 큰 소리가 났다.
｢너히들이 생명을 즐겨 해침이 너무 많아, 마땅히 한 놈을 죽여서 죄를 징계하겠다.｣
세 호랑이는 그 소리를 듣자 모두 근심하는 기색이었다.
그때 처녀는 ｢세분 오빠가 이곳을 멀리 떠나면, 제가 스스로 그 벌을 받겠습니다.｣
세 호랑이는 모두 기뻐서 어디론가 가버렸다.
처녀는 김현에게 말했다.
｢이제는 당신에게 숨길 수 없어서 모두를 말합니다. 저와 낭군은 비록 같은 유는 아니지만 하룻저녁의 인연으로 부부 가된 것입니다. 하늘의 명으로 제가 죽어야 할 바에야 낭군의 손으로 죽고 싶습니다.
제가 내일 시내에 들어가서 사람을 심히 상하게 하면, 임금께서 반드시 높은 벼슬을 걸고 나를 잡게 할 것입니다. 그때 낭군은 겁내지 말고 나를 쫓아 북쪽 숲으로 들어오십시오.｣라고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아니지만, 이미 부부가 된 몸인데 어찌 내가 그대를 죽일 수 있으리｣
서로는 부둥켜안고 한없이 슬피 울었다. 그러나 하늘의 명은 어찔수가 없었다.
다음날 과연 사나운 호랑이가 성안에 나타나 닥치는 대로 사람을 상하게 하였다.
왕은 급히 명을 내려 호랑이를 물리치는 자에게는 2급의 벼슬을 준다고 했다.
김현은 칼을 들고 호랑이를 쫓아 북쪽 숲으로 들어갔다. 숲 속에는 처녀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젯밤에 낭군과 맺은 정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오. 오늘 내 발톱에 상처를 입은 사람은 모두 흥륜사의 장을 바르고 그 절의 종소리를 들으면 나을 것입니다.｣
낭자는 김현이 찾던 칼을 뽑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현은 벼슬길에 오르자 西川(서천)에 가서 虎願寺(호원사)라는 절을 짓고 항상 梵網經(범망경)을 독송하며 범의 저승길을 인도하고, 범이 자기 몸을 죽여 자기를 성공하게 한 은혜에 보답했다고 한다.
(三國遺事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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