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갚은 호랑이
지금부터 약 1300년 전 杜雲(두운)조사가 지금의 희방사 절터에 자그만 한 토굴을 짓고 공부하고 있었다.
어느 해 겨울 커다란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나서 고개를 쑥 빼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겁이 나서 곁에 못 가다가 자세히 보니 구원을 청하는 듯 전혀 살기가 없어 보였다.
호랑이는 앞발로 목을 털며 안절부절 하는데 목이 부어 있었다.
조사는 손에 기름을 바르고 호랑이 목에 깊숙이 팔을 넣어 목구멍에 걸린 물건을 빼냈다.
그것은 여자의 은 비녀 였다.
「이놈 사람을 잡아먹다가 이 꼴이 되었구나! 내 너의 행동으로 보아 마땅히 매를 때려죽일 것이로되 산 목숨이 더 중하니 용서한다.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말라.」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며칠 후 호랑이는 17, 18세 되는 꽃같은 색시를 업고와서 내려놓고는 달아나 버렸다.
얼마 후 기절한 색시가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경주 서라벌 계림에 사는 호장 유석의 딸인데 결혼식을 치르고 신방으로 가는 도중 호랑이에게 물려서 왔다고 한다.
눈이 첩첩이 쌓인 산은 봄이 되기까지는 길이 없다.
단칸 방에서 스님과 색시는 봄이 올 때까지 함께 살았다.
천생 연분이라면서 함께 살기를 원하는 색시의 유혹을 완강히 물리치고 스님은 색시의 몸에 머리카락 하나 대지 않고 석달을 지냈다.
그리고 눈이 녹자 집에 돌아가지 않으려는 색시를 데리고 서라벌로 갔다.
마침 색시 집에서는 색시의 혼을 달래는 굿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그녀를 보고 귀신이 나타난 줄 알고 모두 깜짝 놀라 도망을 쳤다.
딸은 아버지에게 지금까지의 일을 모두 이야기했다.
딸의 말을 들은 유석공은 스님의 손을 잡고 백배 사뢰하며 감사하였다.
그리고 뒤로 사람을 보내 토굴을 헐고 아담한 절을 지어 이름을 喜方寺(희방사)라고 하였다.
<한국사찰 사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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