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蓮(백련)선사와 호랑이
백련스님(1737~1807)은 가야산 깊은 골에 외따로 암자를 짓고 자신의 법명을 붙여 백련암이라 칭하였다.
어느 추운 겨울, 큰 절에 갔다가 암자로 올라가는 스님 앞에 큰 호랑이가 한 마리 나타나서 길을 막는다.
스님은 깜짝 놀라 호랑이를 쫓으려 했으나 호랑이는 물러서지도 달려들지도 않는다.
그리고 등을 대고 업히라는 시늉을 하며 자기 등을 스님에게 갖다 대며 수그려 앉는다.
등에 업힌 스님을 눈 깜짝할 사이에 암자까지 업어다 놓고 호랑이는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 다음날 날이 밝자 호랑이는 암자에 다시 나타났다.
대사는 동자를 시켜 먹을 것을 주어도 머리를 흔들고, 아프냐고 물어도 고개를 저으며 자꾸 머리를 조아려 절을 하면서 뭔가 애원하는 눈치였다.
점심때가 되고 날이 어두워도 호랑이는 가지 않았다.
그 다음 날도 그 이튿날도 가지 않고 애원함으로 동자는 그만 가엾은 생각이 들어 함께 살도록 하자고 대사님을 졸랐다.
백련선사는 무엇인가 한참 생각하더니 함께 살도록 허락을 하였다.
호랑이는 기뻐 어쩔 줄을 모르며 그날부터 한 식구가 되어 암자에서 같이 살았다.
대사가 무거운 짐을 지고가면 뒤에서 밀어주고, 산에서 맛있는 열매를 따다 주는가 하면 땔 나무도 물어다 준다.
동자는 떡 한 조각이라도 호랑이와 나누어 먹으면서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스님은 큰절에 내려가고 호랑이는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
저녁밥을 짓다가 동자는 손을 베어 손가락에서 빨간 피가 났다.
쓰라리고 아팠으나 동자는 붉은 피가 아까워서 그것을 호랑이에게 빨아 먹으라고 했다.
그러나 호랑이는 고개를 설래 설래 저으면서 않먹겠다고 했다.
동자는 이것은 살생이 아니니 먹어도 좋다고 손가락을 호랑이 입에 갖다 댔다.
생전 처음 사람의 피맛을 본 호랑이는 순간적으로 야수의 본성이 드러나 동자의 손가락을 깨물어 먹기 시작했고 드디어는 동자를 잡아 먹어버렸다.
밤늦게 돌아 온 대사는 이 일을 알고 크게 노해서 도끼로 호랑이의 한쪽 발을 잘라 내 쫓았다.
호랑이는 구슬피 울면서 백련암 근방을 배회하다가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었다.
다시는 사람들 눈에 띠지 말라는 스님의 말에 따라 지금도 호랑이는 산 속 깊은 곳에 살며 도끼로 한발이 잘렸기 때문에 발자국이 외길로 나타난다고 한다.
<불교설화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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