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룡(天龍)화상의 법손과 구지화상(俱胝和尙)
옛날 구지화상이 암자에 살고 있을 때 실제(實際)라고 하는 비구니가 삿갓을 쓰고 찾아와서 주장자를 들고, 대사를 세 번 돌고 난 뒤에 말하였다.
「바로 말하면 삿갓을 벗으리다.」
대사가 아무말을 하지 않자 비구니는 그대로 떠나려했다.
이때 대사가
「해가 이미 저물었으니 하룻밤 묵어가라.」
「바로 말하면 자고 가겠소.」
그러나 대사가 대답을 안하자 비구니는 떠났다.
비구니가 떠난 다음 탄식하여 말하기를
「나는 비록 대장부의 형체를 갖추었으나 대장부의 기개가 없다.」 하면서 암자를 버리고 떠나려 했다.
그런데 그날 밤 산신이 나타나서
「이 산을 떠나지 마시오. 오래지 않아 큰 보살이 와서 화상에게 설법을 해주실 것이오.」하였다.
과연 다음 날 불일(佛日) 천룡(天龍)화상이 암자에 오기에, 앞의 이야기를 자세히 하니, 천룡(天龍)이 한 손가락을 세워 보이매 대사가 당장에 깨달았다.
이로 붙어 배우는 스님이 오면 대사는 말 대신 손가락 하나만을 세울 뿐, 따로 말하는 일이 없었다.
대사는 동자 하나를 대리고 있었는데, 밖에 나갔다가 힐난을 받았다.
「화상께서 어떤 법을 말씀하시던가?」
동자는 손가락을 세워 보이고, 돌아와서 대사께 말하니, 대사가 칼로 동자의 손가락을 끊어버렸다.
동자가 펄펄 뛰면서 달아나는 것을 대사가 큰소리로 한마디 부르니, 동자가 돌아다보았다.
대사가 손가락을 세우니, 동자가 그때 확연히 깨달았다.
대사가 세상을 떠나려 할 때 대중에게 말하기를
「내가 천룡(天龍)의 한 손가락 설법을 받고서 일생 동안 써도 다하지 못하였다.」라고 하는 말을 마치자 열반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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