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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 경허(鏡虛)와 만공(滿空)의 기행

청남

 

경허(鏡虛)와 만공(滿空)의 기행

 

경허(鏡虛:18491912)스님은 선종(禪宗)을 중흥시킨 대선사(大禪師)이며 본명은 성우(惺牛)이다.

성은 송씨(宋氏). 속명은 동욱(東旭), 법호는 경허(鏡虛). 전주(全州) 출신. 9세 때 과천의 청계사(淸溪寺)로 출가하여 계허(桂虛) 밑에서 5년을 보냈다. 불교경전과 유교경전을 섭렵하여 1871년에는 동학사의 강사로 추대되었다. 79년에 폭풍우를 맞아 죽음의 위협에 시달리다가 생사불이(生死不二)의 이치를 문자 속에서만 터득하였음을 깨닫고 새로운 발심(發心)을 하였다. 80년 천장암에서 용암(龍巖)의 법통을 이었으며, 청허(淸虛)11대손이고 환성(喚惺)7대 손이라고 법통을 밝혔다. 만공(滿空)혜월(慧月)수월(水月) 등의 3대 제자를 지도하였다.

 

볕이 쨍쨍 내리쬐는 한여름이었다 그날도 경허와 만공은 탁발을 나가 어느 마을 앞을 걸어가고 있었다. 탁발도 어지간히 되고 하여 그냥 지나치고 있었던 것 이 다. 그런데 마을 끝에 이르러 경허가 걸음을 멈추었다 경허가 바라보고 있는 곳에는 상투를 튼 노인과 젊은 여자가 디딜방아를 찧고 있었다.

 

만공은 또 무슨 일이 벌어지지나 않을까 하여 걱정을 했다 지난 번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금새라도 등에 진땀이 흐를 지경이었다.

 

그날도 탁발을 하여 절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만공이 끙끙거리자, 경허가 말했다.

"만공, 어디가 아파서 그런가?"

"저어‥‥‥

만공은 스승인 경허 앞이라 말을 조심했다 좀 쉬었다 갔으면 좋겠지만 내색을 못했다. 경허는 이런 만공의 마음을 훤히 읽고 있었다.

 

그러나 경허는 멀리 보이는 고갯마루에서 쉬어 가기로 마음먹었다.

"다리가 아픈 모양이군."

"그렇습니다 "

"저 고갯마루에서 쉬도록 하지 "

"하지만 더는 걷지 못할 것 같습니다. 발바닥에 물집이 생겨서요."

 

발바닥에 물집 이 생겼다는 말을 거짓말이었다. 어쨌든 좀 쉬어 가고 싶어서 방편으로 한 말이었다.

"그렇다면 그 아픈 다리를 낫게 해주지 ."

"어떻게 말입니까?"

"단박에 낫게 해 줄 터이니 나를 잘 보게 ."

 

경허는 만공이 보는 앞에서 목화밭으로 갔다. 목화밭에는 부부인 듯한 남녀가 호미로 김을 매고 있었다. 경허는 일을 하고 있는 두 남녀를 불렀다.

"여보시오."

여인이 먼저 허리를 펴면서 일어났다

"스님, 웬일로 부르십니까?"

"여기 발병이 난 환자가 있소."

'병을 고치려면 의월을 찾아가야지요. 저희가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그런 말씀 마시구려 . 말똥도 약이 된다고 했소."

만공은 스승이 일하고 있는 부부를 빗대어 자신에게 간단한 설법을 하려나보다 하고 그냥 서 있기만 하였다.

 

그런데 경허의 행동은 전혀 엉뚱했다. 다가서는 여인을 껴안더니 입을 맞추고 있었다.

남편이 가만있으리 없었다. 지게를 받치고 있던 작대기를 빼어 들고 쫓아왔다. 만공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눈을 부릅뜨고 쫓아오고 있는 사내의 기세로 보아 맞아 죽을지도 몰랐다.

 

저만큼 먼저 도망치고 있는 경허가 만공을 향해서 소리쳤다.

"뭣해 ! 도망치지 않고서 ."

그제야 만공은 경허를 뒤따랐다. 죽을힘을 다하여 뛰었다. 그래도 무거운 바랑 때문에 그 사내에게 곧 붙잡힐 것만 같았다. 앞서 가는 경허가 또 소리쳤다.

 

"잡히면 죽을 줄 알게 !"

"걱정 마십시오 잡히지 않을 테니까요." 사실, 만공의 뜀박질은 보통이 넘었다. 바랑을 메고서도 사내보다 몇십 걸음 앞서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를 뛰었을까. 작대기를 들고 쫓아오던 사내가 되돌아갔다. 그때,, 경허는 벌써 고갯마루에 올라서 만공을 기다리고 있었다.

 

땀을 뺄뻘 흘리면서 올라오고 있는 만공을 보고 웃고 있었다.

"만공, 지금도 다리가 아픈가?"

"아이고 스님, 말 마십시오. 이 목이 달아나지 않고 붙어 있는 것만도 천만 다행입니다."

만공은 땅바닥에 풀썩 주저앉으면서 말했다.

순간, 시원한 솔바람이 만공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더위가 한순간에 씻겨 달아나는 듯했다. 그러나 두 번 다시 경허의 장난에 걸려들고 싶지는 않았다.

깨달음도 좋지만 죄 없는 목숨이 달아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경허가 젊은 여자를 보고서 장난을 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새 경허는 디딜방아에 곡식을 넣고 있는 젊은 여자의 등뒤로 다가서고 있었다. 그 목화밭의 경우나 다름없었다. 여자를 등뒤에서 껴안고 있었다. 그러면서 기가 차서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노인에게 말을 건넷다.

"노인장 마음이 좀 움직이는 것 같지 않소?"

그제야 노인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제정신이 드는 모양이었다. 노인이 마대를 들고 덤벼들었다.

 

그러나 이번의 경허는 도망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노인이 후려치는 대로 맞기만 하였다.

"이놈, 대명천지에 . "

경허의 얼굴에서 퍼가 보일 무렵에야 노인은 작대기를 놓았다. 땀을 뻘뻘 흐리며 제 풀에 꺾이면서 주저앉고 말았다.

 

순간, 만공은 경허의 얼굴에서 미묘한 기품을 보았다. 연민의 정 같은 것이 깃들여 있었다.

노인을 부르는 소리에도 그런 감정 이 묻어 있었다.

"노인장, 이제 화가 풀렸소?"

노인은 여전히 기가 차서 말을 못했다. 젊은 여자도 부들부들 떨기만 할 뿐 꼼짝은 못했다.

 

"만공 잘 보았는가 "

". 스님"

"무엇을 잘 보았다는 말인가?"

만공은 머뭇거렸다. 그러나 사실대로 대답했다.

"작대기로 맞고 계실 때나 그 이전 표정이 같으셨습니다. "

 

"일체유심조, 바로 마음먹기일세 "

그래도 만공은 스승의 기행이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스님 , 왜 자꾸 위엄한 일을 하십니까?"

그러나 경 허 의 대답은 간단했다.

"이래도 꿈이요, 저래도 꿈이네, 산다는 것은 그저 꿈일 따름이네."

-정찬주<마음의 바라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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