梅花九首(매화구수) 高靑邱(고청구) 5.
雲霧為屏雪作宮(운무위병설작궁) 塵埃無路可能通(진애무로가능통)
春風未動枝先覺(춘풍미동지선각) 夜月初來樹欲空(야월초래수욕공)
翠袖佳人依竹下(취수가인의죽하) 白衣宰相在山中(백의재상재산중)
寂寥此地君休怨(적요차지군휴원) 回首名園盡棘叢(회수명원진극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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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구름과 안개는 병풍이 되고, 눈은 궁전을 이루니
세속의 먼지는 이곳에 닿을 길조차 없다.
봄바람이 아직 불기 전인데 가지는 먼저 알아차리고,
밤달이 처음 비치자 나무는 이미 비어가려 한다.
푸른 소매의 고운 이는 대나무 아래 기대어 있고,
흰옷 입은 재상은 산속에 은거해 있네.
적막한 이곳을 원망하지 마오,
돌아보면 화려한 동산도 가시덤불로 변했으니.
(註)
雲霧為屏(운무위병)......... 구름과 안개를 병풍처럼 삼다. 은둔의 경계를 상징함.
雪作宮(설작궁)......... 눈이 쌓여 궁전처럼 됨. 청결하고 고결한 자연의 공간.
塵埃(진애)......... 먼지와 때. 속세, 세속을 의미.
枝先覺(지선각)......... 가지가 먼저 느낌을 안다. 자연의 섬세한 감응력, 혹은 군자의 예민한 감수성.
翠袖(취수)......... 푸른 소매. 고운 여인의 소매를 상징. 고결한 존재 혹은 이상적 인물.
白衣宰相(백의재상)......... 흰옷 입은 재상. 벼슬에 나아가지 않은 고결한 인재, 숨어 지내는 현자.
寂寥(적요)......... 적막하고 고요함. 외로운 공간이나 상태를 의미.
名園盡棘叢(명원진극총)......... 이름난 동산이 모두 가시덤불이 되었다. 번영하던 것도 쇠락함을 상징.
이 시는 속세와 단절된 매화의 청정한 세계를 그리면서, 거기 깃든 고결한 존재들의 자취를 묘사합니다. 적막하고 외로운 듯 보이지만, 오히려 그 속에 진정한 아름다움과 고귀함이 숨어 있으며, 세상의 명예와 번영은 결국 가시덤불로 바뀐다는 회의적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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