定惠院寓居月夜偶出(정혜원우거월야우출) 蘇東坡(소동파)
去年花落在徐州(거년화낙재서주) 對月酣歌美淸夜(대월감가미청야)
今年黃州見花發(금년황주견화발) 小院閉門風露下(소원폐문풍노하)
萬事如花不可期(만사여화부가기) 餘年似酒那禁瀉(여년사주나금사)
憶昔扁舟泝巴峽(억석편주소파협) 落帆樊口高桅亞(낙범번구고외아)
長江袞袞空自流(장강곤곤공자류) 白髮紛紛寧少借(백발분분녕소차)
竟無五畝繼沮溺(경무오무계저익) 空有千篇凌鮑謝(공유천편능포사)
至今歸計負雲山(지금귀계부운산) 未免孤衾眠客舍(미면고금면객사)
少年辛苦眞食蓼(소년신고진식료) 老境安閒如啖蔗(노경안한여담자)
饑寒未至且安居(기한미지차안거) 憂患已空猶夢怕(우환이공유몽파)
穿花踏月飮村酒(천화답월음촌주) 免醉歸遭官長罵(면취귀조관장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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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解】
定惠院(정혜원)에 은거하면서 달밤에 우연히 나가.
작년 꽃이 질 무렵 徐州(서주)에 있었는데
맑은 밤이면 술 들고 달을 보며 노래를 불렀네.
금년에는 黃州(황주)에서 꽃이 피는 것을 보며
작은 집안에서 문을 닫고 있으니 바람 이슬 내리네.
인간만사 기약 할 수 없어 내년 꽃 어디서 볼지
나머지 내 여생도 잔에 따르다 남은 술과 같네.
생각하니 그 옛날 배를 타고 巴峽(파협)을 올라 갈 때
돛을 樊口(번구)에 내렸을 때 높은 돛대 생각나네.
長江(장강)은 철렁철렁 아무 일없이 흘러만 가는데
내 머리에 백발은 분분하여 조금의 용서도 없네.
長沮(장저) 桀溺(걸익)처럼 경작할 땅도 살 수 없어
헛되이 포조와 사영운을 능가하는 천편의 시만 지었네.
지금까지 고향에 등 돌리고 귀향할 계책도 없이
아직도 객지에서 외로운 잠을 청하는 신세.
소년 때 여뀌 같은 거친 것 먹던 괴로움에 비해
늙어서는 한가롭게 사탕수수나 먹고 있다고나 할까.
지금은 기갈은 면하고 편안하게 살고 있으며
근심걱정 없는데도 꿈은 항상 두려우니
꽃길 사이로 달그림자 밟고 마을 집에서 술을 마시나
돌아와 장광에게 잔소리 듣는 일은 면한 듯하네.
【註】
定惠院(정혜원) 黃州(황주) 성 동쪽 淸淮門(청회문) 밖에 있었음.
寓居(우거) 임시 사는 곳.
酣歌(감가)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며 늘겁게 지내는 것.
花發(화발) 꽃이 피다.
期(기) 기약하다. 약속 하다.
餘年(여년) 餘命(여명). 남은 인생.
那禁瀉(나금사) 어찌 물을 퍼 붓는가.
憶昔(억석) 옛 일을 생각하다.
泝(소) 거슬러 올라가다.
巴峽(파협) 湖北省(호북성) 東縣(동현)에서 四川省(사천성) 巫山縣(무산현) 까지에 강.
落帆(낙범) 돛을 내리다.
樊口(번구) 黃州(황주)에서 강을 사이에 둔 南岸(남안)에 있다.
高桅(고외) 높은 돛대.
借(차) 용서하다. 봐주다.
沮溺(저익) 長沮(장저)와 桀溺(걸익). 논어 微子篇(미자편)에 나오는 은자.
鮑謝(포사) 劉宋(유송)의 시인 鮑照(포조)와 謝靈運(사영운).
雲山(운산) 고향 쪽 멀리 구름같이 보이는 산들.
食蓼(식료) 여뀌. 물가에 자생하며 매우 매운맛이 나는 체소.
啖蔗(담자) 막 먹는다.
官長(관장) 長官(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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