傷宅(상택) 白樂天(백락천)
誰家起甲第(수가기갑제) 朱門大道邊(주문대도변)
豐屋中櫛比(풍옥중즐비) 高牆外廻環(고장외회환)
累累六七堂(누루륙칠당) 棟宇相連延(동우상련연)
一堂費百萬(일당비백만) 鬱鬱起靑烟(울울기청연)
洞房溫且淸(동방온차청) 寒暑不能干(한서부능간)
高堂虛且逈(고당허차형) 坐臥見南山(좌와견남산)
繞廊紫藤架(요낭자등가) 夾砌紅藥欄(협체홍약난)
攀枝摘櫻桃(반지적앵도) 帶花移牡丹(대화이모단)
主人此中坐(주인차중좌) 十載爲大官(십재위대관)
廚有臭敗肉(주유취패육) 庫有貫朽錢(고유관후전)
誰能將我語(수능장아어) 問爾骨肉間(문이골육간)
豈無窮賤者(개무궁천자) 忍不救飢寒(인부구기한)
如何奉一身(여하봉일신) 直欲保千年(직욕보천년)
不見馬家宅(부견마가댁) 今作奉誠園(금작봉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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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집인지 좋은 집을 짓는데
붉은 대문이 큰길가를 바라보고
아름다운 건물들이 빗살같이 늘어섰고
높은 담장은 밖을 두르고 있네.
겹겹이 쌓인 여섯 일곱 채의 전당
그 용마루가 길게 이어졌고
한 채에 백만금도 넘을 집들에는
지붕에 뭉게뭉게 푸른 연기 피어오르네.
방은 겨울엔 따시고 여름에는 시원해
추위도 더위도 침범하지 못하는데
높은 사랑방은 앞이 멀리 튀여
앉아서나 누워서나 남산을 볼 수 있고
회랑 둘레에는 보랏빛 등꽃의 시렁
섬돌 끼고 붉은 자약 핀 화단
가지 휘여 잡고 앵두를 딸 수 있고
꽃 핀 채로 목단을 이식
주인은 이 가운데 앉았는데
십년 동안 고관대작을 지냈던 사람
주방에는 고기 썩는 냄새가 나고
창공에는 돈을 뀐 끈이 썩네.
누가 내가 하는 말대로 물어보지 않으려나.
그대의 친척 가운데는
어찌 매우 가난한 사람 없겠는가?
모질게도 그들의 가난 구해주지 않고
어이하여 내 한 몸만을 위해
천년만년 길이 호강 누리자고 하는가.
그대 보지 못하는가! 저 馬(마)씨의 집
지금은 몰락하여 奉誠園(봉성원)이 되어 버린 것을.
【註】
傷宅(상택)...... 秦中吟(진중음) 가운데 있는 노래.
甲第(갑제)...... 큰 저택.
朱門(주문)...... 부호에 집에는 대문을 붉은 색으로 칠을 했다.
豐屋(풍옥)...... 큰 건물.
櫛比(즐비)....... 빗살과 같이 나란히 늘어서다.
廻環(회환)...... 두르다.
累累(누루)...... 겹치는 모양.
棟宇(동우)...... 건물. 주역 繫辭(계사)에 上陳下宇(상진하우)라는 말이 있다.
鬱鬱(울울)...... 성한 모양.
靑烟(청연)..... 푸른 안개.
洞房(동방)...... 그윽하고 깊은 방.
藤架(등가)...... 등나무를 올리는 시렁.
砌(체)........... 섬돌.
紅藥欄(홍약난)... 붉은 꽃이 피는 작약.
櫻桃(앵도)....... 앵두. 벚나무의 열매를 말할 때도 있다.
貫朽錢(관후전)... 엽전을 뀌는 끈이 썩는다.
骨肉(골육)...... 부모형제.
奉一身(봉일신)... 자기 자신만을 위하는 것.
馬家(마가)....... 馬燧(마수), 馬暢(마창) 부자의 저택.
奉誠園(봉성원)... 馬燧(마수)는 당 玄宗(현종) 때 무력이 있어 집이 부유했는데 그 아 들 馬暢(마창) 대에 더욱 번창했다. 그러나 貞元(정원) 말, 집이 쇠 퇴하자 전답과 재산을 천자에게 상납하였다. 그가 죽자 그의 자손들 은 봉성원이라는 이름으로 고친 舊宅(구택)안에 살게 되었다. 세상 사람들은 馬暢(마창)의 예를 들어 부자들을 경계하는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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