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탕 친 예천 청포집
어제는 친구와 함께 예천에 “청포밥”을 먹으로 갔다.
잘 포장된 도로를 달리는 작은 차는 조그마한 미동도 없이 미끄러지듯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데 그 덥던 날씨도 어언 가을 기운이 감돌아 공기는 매우 쾌적했다.
멀리 산허리에 걸려있는 구름은 볼수록 오묘하고 경이롭다
나는 구름을 퍽 좋아하고 기회가 있으면 구름 사진을 찍는 편이다.
어떨 때는 큰 용이 옹습해 오는 모습도 하고 때로는 다정한 친구의 얼굴 같은 것도 나타난다.
그 구름이 너무나 좋하서 친구에게 “저 구름 누구것야?”하니 대답은 “글쌔...” 한다. 그래서
“저 구름 모두 내거야, 먼 산도 내것. 이 도로도 내것. 내가 얼마나 부자인데.....ㅎㅎㅎ”하고 서로 웃었다.
지금 내가 돈을 벌어 논을 살건가?, 밭을 살건가?
매일 먹을 밥이 있어 배고푸지 아니하고, 한번 사면 떨어지지 않는 옷이 꽉 있어, 신발도 몇 컬래 있어.... 아무리 생각해도 부족한 게 없다.
거기에다 구름도 꽉 있으니 더욱 마음은 여유롭다.
다다른 “청포집”은 마침 월요일은 논다고 문이 닫혀있어서, 그 옆에 있는 바지락 국수집에 갔는데 맛은 안동 칼국수 보다 못하였다.
예천에는 여자들만 사는지 그날 따라 그 홀에 손님은 모두 여자고 남자는 늙은 나 하나 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예천에는 내 절도 있다는 것이 생각나 어 오랜만에 “보문사”를 찾아 가 보았다.
우리나라에 있는 절은 모두가 내 것이니까
내가 가면 내절이지 않나.
보문사는 나도 모르는 사이 넘나 크게 불사를 해서 한 골짝이가 절 건물로 가득하다.
스님은 없는데 집만 자꾸 지으면 뭐하노.
사람이라고는 청소하로 온 용역회사 사람 둘만 눈에 띠었다.
법당만 자꾸 크게 짓지 말고 그 안에서 수도하는 사람을 많이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돌아왔다.
요사이처럼 자유롭게 잘 먹고 잘 사는 시대에 욕망을 억제하고 산속에서 살랴고 하는 젊은 사람이 점점 줄어 스님 수 보다 절이 많아질 지경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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