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隱公遺稿(남은공유고) 律詩(율시)

 

偶宿靈東崔友鶴東家(우숙영동최우학동가) 1.

 

山幽洞闢近山源(산유동벽근산원) 水北雲南別有村(수북운남별유촌) 古院春光梅白雪(고원춘광매백설) 閑堂詩話月黃昏(한당시화월황혼) 萬戶砧鳴殘臘又(만호침명잔납우) 四壁風疎燭影翻(사벽풍소촉영번) 客館相逢君莫恨(객관상봉군막한) 詞林他日托情根(사림타일탁정근)

 

【解】

뜻밖에 영동의 벗 최학동씨 집에 자면서

산이 그윽하니 골짜기는 가까운 산에서 비롯되고

강북과 구름 남쪽에 따로 따로 촌락이 있는데

옛 집에 봄빛 드리우니 매화는 백설같이 피어있네

한가롭게 시와 이야기 나누니 황혼에 달은 뜨고

만 호에서 울리는 다듬이 소리에 아직도 촛불은 남아있고

四壁(사벽)에 바람 부니 촛불 그림자 움직이는데

객사에서 서로 만남을 그대 한스럽게 생각 말게

다음날 詞林(사림)에서 못다 한 정 다 나누세

 

【註】

詞林(사림)...... 詩文(시문)을 짓는 사람들의 사회. 翰林(한림).

情根(정근)...... 애정의 뿌리.

 

<주>

이 시는 한적한 산골짜기에서의 우연한 만남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우정과 문학에 대한 사랑을 아름답게 그려냅니다. "남은공유고(南隱公遺稿)"의 일부인 이 작품은 시적 정경과 인간 관계의 따뜻함을 동시에 묘사하며, 동양 문학의 섬세함과 깊이를 보여줍니다.

 

시의 시작은 "뜻밖에 영동의 벗 최학동씨 집에 자면서"로, 우연한 만남과 그로 인해 생긴 특별한 시간을 나타냅니다. 이는 시적 여정에서의 뜻밖의 즐거움과 예기치 못한 만남의 가치를 강조합니다.

 

산과 물, 구름을 이용한 자연 묘사는 시의 배경을 풍부하게 하며, 동양 문학에서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상징합니다. "산이 그윽하니 골짜기는 가까운 산에서 비롯되고"와 같은 구절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서의 인간의 작은 위치를 나타냅니다.

 

"옛 집에 봄빛 드리우니 매화는 백설같이 피어있네"에서 매화와 봄의 빛을 통해 시간의 아름다움과 변화의 미학을 묘사합니다. 이는 봄의 도래와 함께 피어나는 삶의 활력과 아름다움을 상징합니다.

 

시의 후반부에서는 "객사에서 서로 만남을 그대 한스럽게 생각 말게"와 같은 구절을 통해 우정의 소중함과 잠시동안의 만남에서

 

도 생길 수 있는 깊은 인연을 강조합니다. 이는 단순한 만남이 아니라, 정서적, 지적 교류를 통해 형성된 깊은 관계를 의미합니다.

 

"詞林(사림)에서 못다 한 정 다 나누세"에서 '사림'은 시문을 짓는 사람들의 모임을 의미합니다. 이는 문학과 예술을 통한 인간 관계의 깊이와 그로 인한 정서적 유대를 상징합니다. 시인은 이러한 문학적 교류를 통해 인간 관계의 소중함과 인생에서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강조합니다.

 

이 시 전체적으로는 자연의 아름다움, 우연한 만남, 그리고 문학을 통한 인간 관계의 깊이를 능숙하게 엮어내며, 동양 문학의 전통적인 주제와 양식을 잘 보여줍니다. 시인의 섬세한 감정 표현과 자연에 대한 깊은 사랑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