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 오는 소리
언재부터인가 새벽이 되면 이상하고 신비한 소리가 들려왔다.
초저녁부터 자는 버릇이 있는 내가 이른 새벽에 잠을 깨 자리에서 기지게를 켜면 그 순간 어디선가 조용하면서도 아련한 소리가 가물가물 들려 온다.
그 소리는 마치 비가내리는 소리 같기도 하고 또는 바람이 부는 소리 같기도 한데 어느 쪽인지 날 분간이 가지 않는다.
혹시나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가 아닌가 해서 조사를 해봤더니 그것도 아니었다.
별별 상상을 다 해본다.
지구가 도는 소리가 아닐까? 내가 무슨 초능력자라고 지구 도는 소리를 들어.... 그것은 아닐 거야.
그럼 산이 우는 소리인가? 산이 왜 울어 그것도 아닐 거야.
공기가 서로 부딪치는 소리일까? 그럴 이는 없어.
별별 생각을 다 해봐도 새벽이 오는 소리의 정체를 알 수가 없다.
답답한 마음에 자리에서 이러나 불을 켜고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가 소리의 행방을 찾아 길거리로 나가본다.
그 많이 달리던 차 한 대도 다니지 않는 거리는 적막만 흐르고 인적도 없다. 다만 고맙게도 가로등은 줄지어 새벽의 거리를 잘 밝혀 주고 있다.
귀를 쫑긋하고 아무리 들어봐도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정말 귀신 곡할 노릇이다.
한참을 서성이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와 자리에 누어 불을 끄니 어디선가 다시 새벽이 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마치 나와 숨바꼭질을 하는 것만 같다.
정말로 신비하고 오묘한 이 소리의 정체는 무엇일가.
세상에는 알아서 좋은 일도 있고 안라서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일도 있는데 내가 듣는 이 소리의 정체는 그저 알지 말고 듣기만하면서 사는 것이 좋으리라는 결론을 내렸다.
오늘 새벽도 또 내일 새벽도 이 소리는 들릴 거고 나는 정며무비(精妙無比)한 이 천상의 신비한 소리의 감응하면 그저 살아가면 될 쁜이다.
작6척도 안 되는 작은 인간인 내가 뭐 다 알라고만 하는가.
세상에는 신비도 있다고 생각하고 그러 그런대로 살면 되지.
2032. 9. 8 청남 권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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