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 “무꾸”
풍산은 경상북도 안동군에 속하는 작은 읍이다.
그른데 이 풍산은 낙동강 유역에 넓고 비옥한 토질을 갖고 있어서 여러 가지 농산물이 풍족하게 생산되는데 그 중에서도 “무”가 참 유명하다.
안동댐과 낙동강 정비사업이 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1년에도 몇 번식이나 낙동강이 범람하는 일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비옥한 퇴적토를 운반하여 토질은 끊임없이 비옥 일변도로 나갔다.
풍산평야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산품의 품질이 좋았지만 특히 그 중에도 “풍산 무꾸”는 그 맛이나 볼품이 일품이었다.
서울말로 “무”를 안동말로는 “무꾸”라고 한다.
다른 근채류, 가령 감자 고구마 우엉 연근 등은 그 뿌리가 모두 땅 속에 잠기어 보이지 않지만 “무꾸”는 그렇지 않다.
그 “무꾸”는 탐스럽고 미끈한 몸매를 반 쭘 지상으로 노출시켜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한다.
그래서 그따나 지금이나 노출하기 좋아하는 여학생들이 무릎을 내놓고 다닐 때 오동통하고 살이 많이 찐 다라를 남학생들이 뒤에서 “무꾸 다리”하고 놀려대던 옛 일이 생각난다.
옛날 배고픈 시절 생육기간이 비교적 짧고 수확이 많은 “무꾸”는 허기를 달래주는 좋은 간식 꺼리었다.
전등도 없는 시절 온 식두들이 한방에서 작은 호롱불을 켜놓고 엄마는 뚫어진 양말 볼을 받고 할머니는 삼을 삼고 아이들은 할배 옛날이야기를 드곤 하였는데 그때 호롱불의 끄름과 방안의 탁한 공기로 목이 칼칼하면 의래 “무꾸”를 하나 “무꾸 구덩이” 에서 꺼내 깎아서 한조각식 나누어 머는다.
그 맛은 지금 어떤 과일보다 시원했으며 맛이 있었다. 나는 특히 “무꾸”의 지상에 자란 부분, 그 부분은 색깔이 약간 푸른빛을 띠었는데 그 부위를 조하해서 그것을 즐겨 먹었다.
우리집안에 장손인 내게 그런 특혜가 주어진 것이었다.
가끔은 “무꾸”를 알게 썰어 호박 돈적을 부치듯이 “무꾸 적”을 꾸어 머기도 했는데 참 맛이 있었다. 어쩌다 “무꾸”적에 콩고물이라도 묻혀준다면 세상에 둘도 없는 1등 간식이 되었섰다.
얼마 전, 비 오는 어느 날 오후, 그 맛이 그리워 집안 아지메에게 특별이 부탁해서 “무꾸 적”을 만들어 먹어 보았는데 그때 그맛 만은 못해도 시원한 그리던 맛은 역시 지니고 있었다.
“무꾸”로 만든 깍두기나 생채는 우리나라 어느 지방에서도 해 먹는 좋은 음식이지만 “풍산 무꾸”로 만들면 그 맛이 더 좋다.
우리 어매는 “무꾸”를 큼직큼직하게 썰어서 된장이나 고추장에 푹 박아 넣었다가 도시락 반찬으로도 만들어 주었는데 고추장에 밖은 “무꾸”지가 더 맛이 잇었다. 그러나 “무꾸”를 너무 많이 넣은면 장맛이 변한다고 조금밖에 넣지 않아 그것도 싫건 먹지 못했다.
“무꾸”는 뿌리만 먹는 것이 아니고 잎도 짚으로 역어서 그늘에 말려 주었다가 겨울에 콩가루를 섞어서 국을 끄려서 먹곤 했는데 그 맛도 또한 그립니다.
“무꾸” 다리를 했던 그때 그 시절의 처녀는 지금 할머니 되었을 거고 대부분 저세상 사람이 되었으리라.
그리나 그리움은 항한 새록새록 내 가슴에 살아있다.
그때 끄 사람들은 없어도 다행히 아직도 “풍산 무꾸”가 있으니 “무꾸”나 씹으면서 그리움을 안고 살리라.
202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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