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예찬.
“늙은 이 호박나물에 힘낸다.”람는 말이 있다.
나이 들어 치아가다 망가지고 빠져서 야문 것을 잘 씹을 수가 없는데 푹 삶은 호박만은 물렁물렁해서 이가 없어도 잇몸으로 먹을 수 있으니 노인들이 힘 내서 잘 먹는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그런대 나도 호박 나물을 무척 좋아하니 나도 늙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나는 옛날 노인들과는 달리 현대의학 공부를 한 치과의가 틀이를 만들어준 덕택에 “아몬드” 정도의 야문 것은 못 먹어도 다른 것은 문제없이 먹는데도, 호박은 무르나 야무나에 관계없이 맛이 있어 좋아 잘 먹기만 한다.
호박은 우리 민족이 좋아하는 체소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무슨 좋은 일이 있으면 “호박이 넝쿨체로 굴어들어왔다.” 라는 말을 하는데 생가지도 않았던 좋은 일이 있거나 횡재를 했을 때 흔히 쓰는 말이다.
사실 다른 농사에 비해 호박 농사가 무척 쉽다.
다른 작물들을 재배하려면 거름을 때맞추어 주어야 하고, 가무면 물로 조야하고, 잡초도 뽑아 조야하고, 병충해도 방제해야 하니 그 수고가 엄청나다.
그런데 호박은 심어만 놓고 가서 따기만 하면 된다.
물론 심을 때는 늦가을에 호박구덩이를 파서, 즉 경작지가 아니고 야산이나 제방, 또는 울타리 밑 등 노는 땅에 파고 인분이나 계분을 듬뿍 넣어 두었다가 다음해 봄에 호박씨를 심어 두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 담음은 가끔 가서 풀숲은 해치고 마촘 한 애동호박을 찾아와서 먹기만 하면 된다.
다른 작물에 비해 얼마나 쉬운가!
그르다가 가을이 되어 모든 잡초가 시들고 나면, 풀잎에 가려 보이지 않던 잘 익은 호박이 주렁주렁 얼굴을 내민다.
모두 공짜로 얻은 것만 같아 기분이 너무 좋다.
우리어매는 가끔 찬 꺼리가 마땅지 않을 때는 부즉갱이를 갖고 호박잎을 이리저리 재치며 살피다가 마촘한 애호박이라도 찾으면 그만 반찬 걱정 다 사라진다.
우리 할멈은 자식을 4명이나 낳았는데 출산달이 가까워지며 의례 잘 익은 호박을 구해다가 출산 하자마자 호박 국을 끓여서 먹는다.
산휴조리에 참 좋다고 하는데 어떻게 좋은 지는 잘 모르고 할매가 그리 마씀하시니 그릏게 따르고 있다. 그리해도 별 탈이 없으니 좋은 줄알고 딸과 며느리에게도 대물림하고 있다.
6.25때, 총상은 입은 피난민을 많이 봤는데 전란 통에 병원이나 의사나 약도 만나지 못하면, 그 상처에 호박을 붙이고 싸매어 두는 것을 보았다. 그리하면 독기가 빠지고 상처가 덧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하여튼 그ᅟᅥᇂ게 하는 것을 보았다.
호박은 열매만 맛이 있는 것이 아니고 호박잎을 따서 쌈을 싸먹으면 정말 천하일품이 별미다.
잎을 너무 많이 따면 호막이 덜 달린다고 어른들이 꾸증을 하시는데 그래도 맛이 있으니 맊 따서 먹었다.
내가 젊을 때 호박은 한 그루에 그리 많이 얼리지 않은 것이 늘 불만이었는데, 요사이는 유전자를 건드려 마디마다 호박이 주렁주렁 달리게 해니 참 재주도 좋고 좋아하는 호박 많이 목을 수 있어서 좋고 고맙다.
거기에다 덩굴도 멀리 나가지 않는 “앉은 호박”이 생겨 쫍은 곤간 에서도 많은 호박이 달리니 너무 좋다.
그런데 그 호박은 둥근 것이 아니고 오이처럼 길쭉해서 처음에는 정말 얄궂은 호박도 있다 했는데 먹어보니 역시 호박의풋풋하고 아삭아삭한 맛이 있어 자주 사서 먹었다.
못생기 여자를 “호박 같이 생겼다.”하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호박이 좋기만 한네......
사실 늙은 호박은 일정한 규격이 없고 둥글기는 하지만 골이 불규칙적이고 울퉁불퉁하기는 하지만 많은 영양가와 약효까지 있으니 그리 괄시할 속물은 아니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정자나무 밑에서 호박 돈적 안주에 탁주 한 잔 해봐라.
호박 못생겼다는 말 그 누가 하겠는가?
콩과 밭 노두 등을 넣어서 잘 끓이 호벅죽은 어떻고!
내가 참 쫗아하는 호박, 올해도 풍작을 이루었으면 좋겠다.
202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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