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서구 학문과의 비교대조. 2

나) 불교는 因(인)과 緣(연)을 나누어서 因果論 (인과론)의 通則(통칙)으로 하고, 서구의

과학은 이를 구별하지 않는다.

우리들은 앞에서 말 한 대로 어떠한 결과를 나타내는 것에 대해, 그 원인을 검토하면 반드시 몇 개의 원인이 있으며, 오직 한 개의 원인의 힘으로 결과를 만드는 일은 없다고 하는 것은 불교도 서구의 과학도 다 같다.(단 기독교는 제외)

그 여러 개 되는 원인 가운데 因(인)과 緣(연)으로 구별하는 것이 불교이고, 이를 구별하지 않고 동일시하는 것이 서구의 科學(과학)이다.

근대 물리학자의 설을 보면, 어떤 원인으로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있다면, 그 현상을 일으키게 하는 要因(요인)이 몇 가지가 되어도 그 모두를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하였다.

불교는 어떤 사항에 힘을 가하는 것 가운데, 결과와 직접 친밀한 관계가 있는 것을 因(인:原因)이라 하고, 그 결과와 간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을 緣(연:事情)이라고 하는데, 이런 것을 불교 인과설의 통칙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불교의 因果說(인과설)을 더욱 자세하게 살펴보면, 불교에서는 반드시 모든 사항을 因(인)과 緣(연)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고, 어떤 것은 因(인)과 緣(연)으로 나누고, 어떤 것은 나누지 아니하고 因(인)을 緣(연)이라 하기도 하는 것이 있고 또한 緣(연)을 因(인)이라 하는 것도 있으며 양자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도 있다.

그 예를 들면, 俱舍論(구사론)에 六因四緣(육인사연)이라 說(설)하고 있고, 唯識論(유식론)에 十因(십인)이라고 說하는 것이 있다.

六因(육인)이나 十因(십인)이나 모두가 다 결과와 밀접한 것은 아니고, 그 가운데는 매우 관계가 적은 것도 있으나, 그래도 이를 다 같이 因(인)이라 한다. 그러나 四緣(사연)이라 해도 모두가 다 같이 결과와 疎緣(소연)한 것만은 아니고, 그 가운데는 지극히 친밀한 것도 있어서, 因(인)이 곧 緣(연)이고, 緣(연)이 곧 因(인)이 되어 양자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비교해 봐도 서구과학과 불교의 인과의 다른 점을 잘 알 수 없다고 해도, 불교인과의 통칙은 因(인)과 緣(연)을 나누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나누는가하면, 대체로 결과가 일어나는 所以(소이)가 되는 것은 모두 原因(원인)이 된다.

그리고 그 원인 가운데 다시 이를 분석하면 결과에 대해 直接(직접) 또는 密接(밀접) 또는 强度(강도)가 강한 것을 因(인)이라 하고, 그 결과에 대해 間接(간접) 혹은 疎遠(소원) 혹은 弱(약)하게 작용하는 原因(원인)을 緣(연)이라 하는 것 이다.

같은 原因(원인) 가운데도 이를 더 세밀하게 논하거나, 因(인)과 緣(연)으로 구분해서 論(논)하는 이유는, 원래 印度(인도) 古代(고대)에서는 한 원인을 논할 때도, 그 원인은 단순한 것이 아니고 반드시 여러 가지 많은 條件(조건)이 있다고 하는 複雜的原因論(복잡적원인론)에서 비롯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