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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 정치의 3요소

청남

 

정치의 3요소

 

 

 

조선시대에 어떤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이 과거에 합격하여 전라감사로 내려가게 되었다.

 

감사로 부임하면서 곰곰이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 그토록 바라던 벼슬을 얻었으니 참으로 정치를 잘하여야겠다. 그러면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다가 지혜롭고 용기 있는 선배를 찾아가서 상의를 하였다.

「선배님, 제가 이번에 지방 관리로 나가는데, 어떻게 하면 그곳 백성들을 잘 다스릴 수 있는지 지혜를 주십시오. 」

「나를 찾아온 건 고마운 일이네만, 나나 자네나 서울에서 살아왔으니 그 지방 실정을 알 수가 없지.

그러나 그때 형편에 따르는 융통성이 있어야 하고, 또 실정에 맞아 현실성이 있어야 하느니.

그러니 여기 서울에서야 그곳 사정을 잘 모르니 직접 그 지방에 가서 지혜(知慧)를 구해야 할 것이네.」

「예, 하지만 거기에 간다고만 해서 알아볼 수가 있겠습니까?」

「응, 마침 서당 친구 하나가 거기 내려가 있으니 찾아가서 지혜를 구하는 게 좋겠네. 내가소개장을 하나 써 줌세.」

 

그러면서 선배는 소개장을 써서 감사에게 주었다. 감사는 고맙다고 인사를 한 후에 전라감사로 부임하였다.

감사는 내려가자마자 소개받은 훌륭한 학자를 찾아갔다.

 

「안녕하십니까? 제가 이번에 전라감사로 부임했으나, 백성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몰라서 가르침을 받으러 왔습니다. 바른 정치의 도리를 가르쳐 주십시오.」

그러자 학자는 손을 내저으면서 어서 돌아가라는 시늉을 하였다.

 

마치 벙어리처럼 말 한 마디 없이 손만 내저었다.

그렇다고 그냥 물러갈 감사가 아니기에 이번에는 서울선배가 써 준 소개장을 꺼내서 학자에게 주었다.

 

그러자 학자가 놀라더니 이내 방 안으로 들어갔다.

 

「어찌하여 말이 없을까? 그리고 왜 방으로 들어갈까? 음식상을 차러 오려는 것일까?

그냥 말하기 어려우니까 술이라도 한잔 하면서 말씀하시려는 것일가?」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 학자가 산나물 한 접시하고 냉수 한 그릇이 놓인 상을 가지고 나와서 감사 앞에 놓았다.

음식상이라고도 할 수도 없고 술상이라고도 할 수없는 이상한 상이었다.

 

그런 상을 감사 앞에 두더니 학자는 말없이 앉았다.

감사는 무슨 뜻인지 전혀 알 수가 없어서 그 또한 묵묵히 앉아 있었다. 그러자 학자가 다시 안방으로 들어가더니, 조금 있다가 어린아이를 하나 데리고 와서는 마당으로 데려갔다.

 

그러더니 그 아이를 업고는 어르는 것이었다.

「참으로 모를 일이었다. 저게 무슨 뜻이람. 감사인 나를 손님 대접을 해주기는커녕 상대도 하지 않고 저렇게 자기 자식만 어르고 있으니 참 이상하고 괘씸한 사람이구나.」

감사는 이러한 노여움이 생겼다.

 

내가 서울에서 소개장까지 가지고 내려왔는데, 이 고장 제일가는 학자라는 사람이 저럴 수가 있단 말인가. 적어도 검다 희다 무슨 말이라도 해주어야 할 것이 아닌가?

 

공부를 너무 하여서 혹시 머리가 돈 것이 아닐까?

그러면서 머리를 갸우뚱하였다. 이렇게 감사가 속이 상한 줄도 모르고 학자는 계속해서 아이만 어르고 있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감사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에잇, 사람대접을 이렇게 하다니‥‥‥ 이것이 학자가 할 도리란 말이요? 돌아가리다.」

 

그러면서 인사도 없이 화가 나서 마당을 질러 나와 버렸다.

학자는 아랑곳하지 아니하고 아이만 보고 있었으니 영락없이 바보 같았다. 감사는 화가 나서 동구 밖으로 급히 나갔다.

부하들이 뒤를 따랐다.

 

「내가 부임하자마자 이렇게 모욕을 당하다니. 그래, 서울의 선배님은 이 따위 무례한 사람이 무슨 학자라고 소개하여 주었단 말인가? 평소 그럴 선배가 아닌데‥‥‥」

감사는 한동안 화가 나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다가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다.

「가만 있자, 그 선배가 사람을 함부로 소개해 줄 리는 없지. 그리고 학자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속에서 학문과 인격이 도야되어야만 하는 것인데, 이런 무례한 사람을 보고 대학자라고 부르려고? 여기에는 반드시 내력이 있으리라.

그가 한 행동을 다시 한 번 찬찬히 새겨 보자.」

 

감사는 동구 밖 정자나무 아래에서 쉬면서 골똘히 생각해 보았다.

「음, 가만 있자.

밥상 위에다가 나물 한 접시하고 냉수 한 그릇, 그런 연후에 어린아이를 어르고 있으니, 이것이 무슨 뜻일까? 무슨 큰 뜻이 있으리라.」

 

감사는 한참 머리를 짜며 생각하다가 무릎을 쳤다.

「아하, 나물이란 그것 하나만 가지고는 맛이 없는 법, 이것저것 양념을 넣고 무쳐야 맛이 있지. 바로 정치하는 데 중요한 조화를 가리키는구나. 무덤덤해서도 안 되고 하나만 주장해도 안 되는 법, 각기 개성(個性)을 가지고 여럿이 어울려서 맛도 내는 조화(調和)와 인화(人和)가 자기도 살고 전체도 사는 것, 즉 인화단결(人和團結)이 아니던가?

 

나물은 감사인 나, 나머지 양념은 여러 가지 역할을 하는 사람들, 나물 하나로는 제 맛이 안 나듯이, 감사 혼자로는 이 고장 정치를 못하는 법이니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루라는 것이구나.

정말 깊은 뜻이로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냉수 한 사발에 담긴 뜻을 생각했다.

「냉수 한 그릇, 깨끗한 물, 청결한 물, 잡것이 섞이지 아니한 물, 티끌도 건더기도 없는 순수한 맑은 물. 사람으로 치면 깨끗한 사람, 청결한 사람, 결백한 사람, 잡것이 없는 순수한 사람, 양심에 비추어서 걸릴 것이 없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이 고장에서 제일가는 벼슬인 감사가 청렴결백 하라는 뜻이로구나. 」

 

드디어 두 가지는 풀었다.

참 영리하고 슬기로운 감사였다.

「나물은 조화와 인화요, 냉수는 청렴(淸廉)이요 결백(潔白)이다.

그럼 아이를 방 안에서 데리고 나와서 마당에서 둥게질 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이는 백성, 둥게둥게 하며 예뻐하는 것이 백성을 이처럼 사랑하다. 그러니 백성을 내 자식 내 손자처럼 아기고 사랑하라는 뜻이구나.

그렇다.

백성 없이 무슨 관리가 있으리오.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정신이야말로 명심할 일이로구나. 자식이 아프면 부모가 아프고 자식이 기쁘면 부모가 기쁜 법, 자식이 배를 주리면 부모도 배 주리고 자식이 배부르면 그때에야 부모도 배가 불러지는 법, 감사가 할 정치도 이와 하나도 다름이 없는 것이지.

 

결국 조화(調和)와 인화(人和), 청렴(淸廉)과 결백(潔白), 백성의 즐거움과 괴로움을 함께 나누는 애민 정신, 이 세 가지를 명심하여 감사 노릇을 잘하라는 것이로구나.

 

내가 마련하여 그분에 인사도 없이 나왔어.

돌아가서 사과를 하고 내가 풀이한 것을 말씀드려야지」

 

감사는 다시 학자에게 되돌아가서 큰 절을 올리며 사과를 하고 자기 해석을 들려주자, 이번에는 학자가 감사에게 큰 절을 하면서 비로소 입을 열었다.

 

「슬기로운 감사님, 제가 뜻한 바를 하나도 틀림이 없이 다 맞추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인화와 청렴과 애민 정신, 이 세 가지를 가지고 정치를 하소서.」

 

「아닙니다. 선비님의 깊은 뜻을 뒤늦게 깨달아서 죄송합니다. 」

「아닙니다. 무릇 큰 정치를 하는 사람은 스스로 깨달아야지. 남의 지혜만 편안하게 받아들이려고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제가 처음에 대뜸 인화니 청렴이니 애민이니 말하였더라면 감사께서는 건성으로 들으셨을 것입니다만, 이렇게 스스로 깨달으시니 그 얼마나 속속들이 가슴에 새겨집니까?」

 

「그렇습니다. 아주 가슴에 잘 아로새겼습니다. 그러니 실천도 잘 될 것입니다.」

「아, 슬기롭고 예의 바르신 감사님을 모시게 되어 기쁩니다.」

「아닙니다. 문제를 주어서 바른 길로 이끌어주셨습니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가르침대로 정치(政治)을 잘하겠습니다.」

 

어느 사이에 몰려 왔는지 이 자리를 둘러싼 뭇 백성들은 감사와 학자에게 일제히 절을 하였는데, 그들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이 곳의 자료는 청남선생님의 열정으로 만들어진 소중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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