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家別(무가별) 杜甫(두보)

 

寂寞天寶後(적막천보후) 園廬但蒿藜(원려단호려) 我里百餘家(아리백여가) 世亂各東西(세난각동서) 存者無消息(존자무소식) 死者爲塵泥(사자위진니) 賤子因陣敗(천자인진패) 歸來尋舊蹊(귀내심구혜) 久行見空巷(구항견공항) 日瘦氣慘悽(일수기참처) 但對狐與狸(단대호여리) 豎毛怒我啼(수모노아제) 四鄰何所有(사린하소유) 一二老寡妻(일이노과처) 宿鳥戀本枝(숙조련본지) 安辭且窮棲(안사차궁서) 方春獨荷鋤(방춘독하서) 日暮還灌畦(일모환관휴) 縣吏知我至(현리지아지) 召令習鼓鞞(소령습고비) 雖從本州役(수종본주역) 內顧無所攜(내고무소휴) 近行止一身(근항지일신) 遠去終轉迷(원거종전미) 家鄕旣盪盡(가향기탕진) 遠近理亦齊(원근리역제) 永痛長病母(영통장병모) 五年委溝谿(오년위구계) 生我不得力(생아부득력) 終身兩酸嘶(종신량산시) 人生無家別(인생무가별) 何以爲蒸黎(하이위증려)

 

 

【解】

天寶(천보) 전란 후는 정말로 적막하며

전답과 초가집에는 쑥과 명아주만 무성하네

우리 마을에도 백여 가옥이 있었는데

세상이 어지러워지자 모두 동서로 뿔뿔이 흩어져

살아 있는 사람은 소식이 없고

죽은 자는 먼지와 진흙 속에 묻히고 말았다네

천한 나는 전쟁에 저서

돌아와 옛날 거닐던 오솔길 찾아가니

오랜만에 보는 마을은 텅 비어 있고

햇빛도 여윈 듯 처참하며

다만 여우와 너구리들만 보이는데

털 곤두세우고 내게 울부짖고 있네.

이웃에 누가 있나 찾아가 보니

한 두 사람의 과부 노파만 살고 있을뿐

새도 옛날 살던 나뭇가지 그리워하는데

이렇게 황폐해도 고향은 고향이니

바야흐로 봄이라 홀로 괭이잡고 밭을 갈며

해가 저도 밭이랑에 물을 대는데

縣(현)의 관리 내가 돌아온 줄 알고

나를 불러내어 戰鼓(전고) 치는 법 가르치네

비록 본 고장의 일을 맡았으니 다행한 일이지만

집안을 돌이켜 보니 처자권속은 아무도 없네

가까운 곳에 간다해도 내 몸 하나만이 있고

멀리 가버린다면 종적도 없어지리

고향이 이미 이지경이 되어 버렸으니

멀리가나 가까이 가나 다 다를 바가 없는데

길이 슬픈 것은 오랜 병으로 신음하던 노모를

오 년 동안이나 들판에 버려 둔 것이라네

나를 낳으시고도 내게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하고

평생동안 서로 슬픔으로 울고만 지내고 있으니

사람으로 살면서 이별할 가족도 없는 이내 신세

어찌 이를 人民(인민)이라 할 수 있으리.

 

【註】

無家別(무가별)... 처자도 없어진 홀아비가 전장에서 오자마자 다시 소집되는 것.

園廬(원려)........ 밭과 막은 농막

蒿藜(호려)....... 쑥과 명아주.

賤子(천자)........ 자신을 낮추어 말하는 謙辭(겸사)

陣敗(진패)....... 敗戰(패전).

舊蹊(구혜)....... 옛날 거닐던 오솔길.

久行(구행)........ 오래도록 먼 곳에 가 있는 것.

空巷(공항)....... 사람이 없는 小路(소로).

日瘦(일수)........ 햇빛도 힘이 없이 수척해 보이는 것.

寡妻(과처)........ 과부인 아내.

宿鳥(숙조)....... 나무에 깃들어서 자는 새.

且窮棲(차궁서)... 곤란을 겪으면서도 사는 것.

鼓鞞(고비)....... 북. 戰陣(전진)에 씀.

本州役(본주역)... 자신이 살고 있는 州(주)에서 하는 노역.

所攜(소휴)........ 처자권속.

終轉迷(종전미)... 끝내 행방을 알 수 없다.

盪盡(탕진)........ 물로 씻은 듯 없어져 버린 것.

理亦齊(이역제)... 역시 같은 도리이다.

委溝谿(위구계)... 시궁창에 그대로 내버려둔 것.

兩酸嘶(양산시)... 서로 괴로워서 우는 것.

蒸黎(증려)........ 人民(인민). 일반 인민을 관을 쓰지 않으므로 검은머리가 그대로 누 출 된대서 온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