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틀굴[영양군]
- 못다한 사랑 애처러운 베틀소리 -
이 이야기는 조선시대의 이야기로 추정되나 확실치는 않으며 다만 지금까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는 베틀굴에 얽힌 열부(烈婦)의 이야기다.
영양읍에서 12km쯤 남쪽으로 흐르는 반변천의 물줄기를 따라 내려가면 영양군 입암면(立岩面) 소재지에 이른다.
여기에서 서북쪽으로 개울을 따라 다시 8km쯤 거슬러 올라가면 산림이 울창하고 산세가 수려한 청기면(靑杞面) 구매동(九梅洞)에 이른다.
다시 이 마을을 지나 골짜기로 올라가면 오른편으로 빽빽이 들어선 숲 속에 군데군데 암석이 노출되어 있고 그 사이로 베틀굴이 있다. 이 구매동 마을에 어느 가난한 농부의 집안에서 태어난 젊은이가 있었다.
어린 소년 시절 남들은 책을 끼고 서당에 다니며 공부를 할 때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었다. 그러나 어린 소년은 조금도 낙심하지 않고 열심히 집안 일을 도우며 남의 품삯 일도 하였다.
얼마 후 열심히 노력한 보람이 있어 논과 밭도 조금 장만하게 되고 가난을 면할 수 있게 되어 스물이 넘어서야 겨우 한 마을에 사는 처녀와 결혼 을 하게 되었다.
비록 살림은 넉넉지 못하였지만 규수는 마음시가 곱고 알뜰하며 인물도 남 못지 않아 금슬이 좋을 뿐 아니라, 부모님께 효성이 지극하여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나 그처럼 행복한 날도 잠깐일 뿐 어느 해 나라에는 전쟁이 일어나 남편은 병정으로 가게 되었으니 두 부부의 안타까운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나라가 편안해야 백성의 마음도 편안할 뿐 아니라 병역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함이 곧 나라에 충성하는 것이니 슬퍼하고만 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리하여 2년을 기약하고 남편은 북방으로 떠났다. 고향에서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는 남편이 떠난 뒤 정화수를 떠놓고 사랑하는 이의 무사함과 하루 빨리 전쟁이 끝나기를 밤마다 빌었으나 기약한 2년의 세월이 지났건만 기다리는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다.
기다리다 지친 아내는 그래도 세상의 온갖 잡념을 버리고 오직 남편의 무사함만을 빌기 위해 살던 곳을 떠나 마을 가까운 깊은 골짜기에 있는 동굴 속으로 들어가 베를 짜며 남편을 기다렸으나 남편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베를 짜며 일구월심 남편을 기다리던 아내는 끼니마저 잊게되고 끝내는 베틀에 앉은 채 한 많은 이 세상을 떠났다.
지금도 궂은 날 밤이면 두 사람의 못 다한 사랑을 애처로워 하는 듯 베 짜는 소리가 가끔 들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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