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ail : juntonggahun@naver.com
관광명소 안동의 시와 가사 안동의 민속 안동인의 논단 우리의 설화 전설과 해학
>> 안동소개 > 우리의 설화


[일반 ] 옛날 이야기 한나.

청남

 

 

 

옛날 이야기 한나.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마음씨 착한 우씨는 찢어지게 가난한데도 불구하고, 자식들은 바글거려 사람들은 모두 흥부네 가족이라고 불렀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나무뿌리처럼 되도록 일을 해도 여덟 식구의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었으니, 보릿고개만 되면 초근목피로 겨우 목숨을 이어갔다.

 

그 와중에도 우씨 마누라는 합방만

했다하면 배가 불러 또 하나의 입을 만들곤 하는 것이다.

 

어느 날, 노승이 우씨네 집에 탁발을 와서 좁쌀 한 줌을 받아 넣고는

우씨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하는 말이,

낳을 아들이 열 명이요, 키울 아들이 일곱 명이네하고는 휑하니 떠나갔다.

 

열을 낳아 일곱을 키운다? 그럼 셋은 죽는다는 말인가?

지금 아이들이 여섯인데

넷을 더 낳는다고?”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려버렸지만 앞으로 살아갈 일을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날 밤, 곰방대에 담배 연기만 내뿜던 우씨가

바느질하는 마누라에게 말을 꺼냈다.

여보, 내가 기운이 창창하고 당신의 달거리가 끊어질 날이 까마득하니, 식구가 계속 불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오.

 

큰 아이가 열여섯 살이고 둘째 아이가 열네 살이니 우리 밭뙈기 농사는 당신과 아이들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오.

 

나는 이삼 년 어디 가서 머슴을 살아 새경을 받아 오겠소.”라고 말했다.

 

우씨와 마누라는 부둥켜 안고 울면서 이별을 아쉬워했다. 다음날, 우씨는 온 식구들의 울음소리를 뒤로하고 길을 떠났다.

 

며칠 후, 저녁 나절쯤에

고향에서 삼백 리나 떨어진 이름 모를 마을을 지나다가 말을 탄 한 선비를 만났다.

 

나으리,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 혹시 이 동네에 하룻밤 묵어갈

주막이 있는지요?”

없소. 주막이 있는 동네까지는 삼십 리는 가야 하니, 오늘 밤은

우리 집에서 자고 가시오.”

 

우씨는 그 선비에게 고맙다는 말을 수없이 하고 뒤를 따라갔다.

선비가 우씨에게 어인 일로 이 동네에 발길이 닿았는지 그 사연을 묻자,

 

우가는 자초지종을 자세히 얘기했다

다시 선비가 물었다.

글을 읽고 쓸 수 있소?”

어릴 때 조부께서 글을 가르쳐 주셔서 사자소학에 명심보감까지는 뗐습니다.”

 

동네 맨 꼭대기에 자리한 선비네 집은 솟을 대문에 안채, 바깥채, 사랑채에다 하인들의 요사채도 딸린

대궐 같이 큰 부잣집이었다.

 

저녁을 푸짐하게

얻어먹은 우씨는 주인 선비의 부탁으로 밤늦게까지 땅 문서를 정리했다. 이튿날 아침, 떠나려는 우씨를 그 선비가 붙잡았다.

 

그날부터 우씨는 그 선비 집에서 집사가 되어 집 안팎의 일을 한점 어긋나지 않게 말끔하게 잘 처리했다.

 

선비 집의 전답 목록을 들고 소작농들을 찾아가 작황을 판정해서 지주 몫을 부과하는데 어찌나

공정하고 분명한지 항의하는 소작인이 단 한 사람도 없었고, 저녁에 돌아와서 선비에게 보고하면 선비도 흡족해 했다.

 

일 년이 되자 선비는 일반 머슴 몫의 두 배가 되는 새경을 우씨에게 쥐어 줬다. 어느 날 밤에 우씨가 장부를 들고 사랑방으로 갔더니 선비가 술잔을 건넸다.

 

우 집사는 아이가 몇이라 했지?”

여섯 명입니다.”

아들은 몇이고 딸은?”

우가는 모깃소리만하게 대답했다.

 

모두 아들이옵니다.”

선비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선비와 후덕한 안방마님 사이엔 아직도 아이가 하나도 없어 집안에는 웃음 소리가 없었다. 달빛이 창호지를 새하얗게 물들인 입추가 지난 어느 날 밤.

 

삼신할미도 무심하지. 어찌 이런 집에 아들 하나를 점지하지 않을꼬!”

우씨는 풀벌레 소리에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고 있을 때에 살며시 문이 열리며 치마 스치는 소리가 나더니,

 

한 여인이 우씨의 방 안으로 들어왔다.

소녀는 이 집 하녀이옵니다. 저를 받아 주십시오.”

겉치마와 고쟁이를 벗고 속치마만 입은 채 우씨의 품 안에 안겼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꿈이라면 제발 깨지를 마라. 여자를 안아 본 지가 도대체 얼마 만인가.

 

우씨가 허겁지겁 내리던 바지가 벌써 빳빳하게 솟아오른 양물에 걸렸다. 하녀의 옥문에도 샘이 솟아올라 허벅지까지 미끈거렸다.

 

장대비가 쏟아지고 번개가 치며 우씨는 몸을 떨었지만 아직도 양물은 죽지 않았다. 두 번째 운우는 서두르지 않고 우가가 재주를 부리자, 하녀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세번이나 까무러쳤다.

 

그리고 하녀는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로부터 여드레가 지난 날 밤에 또 한 여인이 하녀라며 들어왔는데, 전에 들어왔던 여인이 아닌 것이 확실했다.

 

닷새가 지난 날 밤에 또 다시 다른 여인이 우씨의 방에 살며시 들어와 폭풍에 뇌성벽력을 치고는 살며시 빠져나갔다.

 

석달쯤 지난 어느 날 밤에 집주인 선비가 우 집사를 불러서 가 보니

날카롭게 생긴 두 남정네를 소개했다.

이분은 지관 어른이고 저 젊은이는 지관보일세.

 

내일 아침에 두 양반을 모시고 막장골 증조부님 묘소를 보이고 오게나.”

막장골은 고개 넘고 개울 건너 숲 속으로 들어가는 첩첩산중이다.

 

우씨가 앞서고 두 사람이 따라왔다. 우씨가 고갯마루 묵집에 들어가 평상마루에 걸터앉아 젊은 지관보에게 물었다.

 

손에 든 게 그게 뭐요?”

산길을 오르면 목마르다고 술 한병과 안주를 싸 줍디다.”

우씨는 그걸 받아서 보자기를 풀어 고기 안주를 마당에 내던졌다.

 

순식간의 일이라 지관이 어어하며 보따리를 뺏으려는데, 벌써 묵집 개가 고기를 먹더니 그만 피를 토하고 쓰러졌다.

 

지관과 지관보가 하얗게 질려 벌벌 떨었다.

우씨가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디 가서 낮잠이라도 자다가 저녁 때가 되거든 주인 선비한테 가서 구덩이를 파고 나를 묻었다 말하고, 그 증거로 내 저고리를 가지고 가서 보인 후에 약정된 돈을 받아 가시오.

 

나는 머나먼 고향으로

가 두번 다시 나타나지 않을 것이요.”

두 살인청부업자는 넋을 잃고 그만 말문이 막혔다.

 

우가는 그길로 발걸음을 돌려 고향집으로 향했다.

 

내막인즉 이러했다. 지난밤에 모두가 깊이 잠이 든 야삼경에 안방마님이 몰래 우씨의 방 안으로 들어왔다.

 

우집사님, 조용히 내 말을 들으시오. 석달 전에 가장 먼저 이 방에 들어온 하녀는 바로 소녀였고, 여드레 후에 두 번째로 들어온 여인은 바깥양반의 첫 번째 첩이고,

 

마지막에 들어온 여인은 두 번째 첩이었소. 모두 바깥양반이 시켜서

한 일입니다.

 

셋 모두 우 집사의 아이를 잉태했습니다.

내일 살인청부업자 두 사람이 지관으로 위장해서 깊은 산속으로 당신을 유인해서 죽이려고 할 테니 도망을 가도록 하시오.”

 

이 덕분에 우씨는 사전에 위기를 모면하고, 안방마님이 싸 준 금붙이를 전대에 고이 넣어 허리에 차고, 고향으로 내려가며 스님의 말을 떠올렸다.

 

낳을 자식은 열 명이요, 기를 자식은 일곱 명이라.” 그런데 아무리 계산해 봐도 하나가 모자란다.

 

한데, 우씨가 일년 반 만에 집으로 돌아갔더

으앙~” 아기 울음소리가 사립 바깥까지 울려 나왔다.

 

우씨가 집을 떠나기 전날 밤에 마누라에게 아쉬운 이별로 합궁하여 뿌린 씨앗이 태어난 것이었다.

 

비로소 우씨는 열 명의 아들을 얻게 된 것이었다.

 

 

 

이 곳의 자료는 청남선생님의 열정으로 만들어진 소중한 자료입니다.
자료를 사용하실 때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게시물 목록
번호 분류 제 목 글쓴이 등록일 조회
195 무제-1탈(예천)2.jpg 천사(川沙) 성황당(안동) 청남 18-04-30 1000
194 소백산 (20).jpg 자웅석(雌雄石)이야기(안동) 청남 18-04-30 989
193 소백산 (9).jpg 용바위 용바위웅굴 의 전설(안동) 청남 18-04-30 1133
192 섷경 (13).jpg 조마리(早馬里, 曺馬里)·조망리(朝亡里)이야기 청남 18-04-30 967
191 음식10.jpg 퇴계선생 주계(酒誡) 청남 18-04-16 1040
190 기제사-5.jpg 퇴계선생의 사상 청남 18-04-16 1394
189 김삭갓-2.JPG 퇴계선생의 자명(自銘) 청남 18-04-16 1173
188 나1.jpg 退溪(퇴계)일화 1. 청남 18-04-16 1025
187 제럐3.jpg 거부 조수만의 전설 청남 18-04-12 1010
186 느티나무 (1).JPG 가시내 가수내 가수천촌 역수천 이야기 청남 18-03-20 1403
185 느티나무 (5).JPG 물불등, 물부둑 청남 18-03-20 967
184 눈개승마3.JPG 서가지 이야기 청남 18-03-20 978
183 가을(옛)-6-.jpg 갓 바위, 거북바위의 전설 -안동_ 청남 18-03-19 1153
182 계곡5.jpg 고방우, 고바우, 고암(庫岩)의 설화-안동시- 청남 18-03-19 1044
181 동물-금시조.jpg 비들기 효부 청남 18-03-14 1143
180 소백산.7 (54).jpg 효녀 김씨 청남 18-03-09 1100
179 봉성사-3.jpg 환혼석 [충남] 청남 18-02-15 1051
178 광덕사 (5).jpg 황화실 [울진군] 청남 18-01-31 1093
177 02사찰18.jpg 환성사 거북바위[경북경산 지] 청남 18-01-31 1137
176 산27.jpg 팔야리 [남양주시] 청남 18-01-29 1142
게시물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