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은혜 갚은 꿩[강원도]
- 구렁이를 지팡이로 때려 꿩을 살렸더니 -
옛날 치악산 기슭에는 불법이 고매하고 도행이 깊은 스님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일이 있어 마을로 가던 중 산길에서 큰 구렁이 한 마리가 새끼를 품고 있는 꿩을 휘감고 삼켜버리려고 하는 광경을 보게 된다.
스님은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지팡이로 구렁이를 때려 꿩과 그 새끼들을 구해주었다. 구렁이는 죽었지만, 한 생명을 희생시키므로 여럿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스님은 기쁜 마음으로 고을에 내려가서 일을 마쳤다. 해가 저물어 돌아오고 있는데 스님 앞에 반짝반짝 새어나오는 불빛이 보였다. 스님은 그 빛을 향해 다가갔고, 인가를 발견했다. 주인을 찾는 스님의 목소리에 젊고 아름다운 한 여인이 나왔다.
여인은 스님을 방안에 모시고, 남녀가 유별하니 스님은 아랫목에서 주무시고 자기는 윗목에서 바느질을 하겠다고 했다.
잠을 청하던 스님은 이상한 냄새와 한기를 느꼈다. 그는 눈을 살며시 뜨고 여인을 보았다.
그런데 여인의 혀가 뱀의 것처럼 두 갈래로 갈라져 있는 것이 아닌가. 놀란 스님이 사태를 짐작하고 뛰쳐나가려 하자 여인이 막아서며, ‘나는 오늘 당신이 죽인 구렁이의 아내다. 남편의 원수를 갚기 위해 이곳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 하면서 뱀으로 변해 스님의 몸을 휘감았고, 금방이라도 스님을 삼키려는 듯 입을 쩍 벌렸다. 스님은 당시 상황을 애기하며 뱀에게 살려달라고 사정을 했다. 그러자.
‘만약 자정에 산정에 있는 절의 종이 세 번 울리면 살려주겠다. 그렇게만 된다면 죽은 남편은 승천하게 될 것이다.’
고 하였다. 그러나 무슨 재간으로 방안에 앉아 그 높은 곳의 종을 칠 수 있으랴!
시간은 자정을 향하여 자꾸만 흐르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스님은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다. 자정이 가까워지자 뱀은 스님의 몸을 죄었다. 그때 난데없이 '뎅 뎅 뎅'하는 맑은 종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끊어질 듯 말 듯 하면서 연이어 세 번을 울렸다. 그러자 뱀은 스님의 몸을 풀고,
‘이제 우리 남편은 승천할 것이오.’
하며 기뻐했다. 그리고는 어디론가 사라져 갔다. 정신을 차린 스님은 헐레벌떡 산 위로 달려갔다 .먼동이 트는 무렵 희미한 빛 아래 스님은 종 앞에 피투성이가 된 채 누워있는 새들을 볼 수 있었다. 어제 그가 뱀으로부터 구해준 꿩과 그 새끼들이었다. 새들은 머리로 부딪쳐 종을 울린 것이다. 머리가 깨진 채 피투성이가 되어 죽은 새들을 보며 스님은 눈물을 흘리며 슬퍼했다. 그리고 새들을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었다. 이후 사람들은 산 이름을 치악(雉岳)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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