哀王孫(애왕손) 杜甫(두보)

 

長安城頭頭白烏(장안성두두백오) 夜飛延秋門上呼(야비연추문상호) 又向人家啄大屋(우향인가탁대옥) 屋底達官走避胡(옥저달관주피호) 金鞭斷折九馬死(금편단절구마사) 骨肉不得同馳驅(골육하부동치구) 腰下寶玦靑珊瑚(요하보결청산호) 可憐王孫泣路隅(가련왕손읍노우) 問之不肯道性名(문지부긍도성명) 但道困苦乞爲奴(단도곤고걸위노) 已經百日竄荊棘(이경백일찬형극) 身上無有完肌膚(신상무유완기부) 高帝子孫盡隆準(고제자손진륭준) 龍種自與常人殊(용종자여상인수) 豺狼在邑龍在野(시낭재읍룡재야) 王孫善保千金軀(왕손선보천금구) 不敢長語臨交衢(부감장어림교구) 且爲王孫立斯須(차위왕손립사수) 昨夜東風吹血腥(작야동풍취혈성) 東來橐駝滿舊都(동내탁타만구도) 朔方健兒好身手(삭방건아호신수) 昔何勇銳今何愚(석하용예금하우) 竊聞天子已傳位(절문천자이전위) 聖德北服南單于(성덕배복남단우) 花門剺面請雪恥(화문리면청설치) 愼勿出口他人狙(신물출구타인저) 哀裁王孫愼勿疎(애재왕손신물소) 五陵佳氣無時無(오능가기무시무)

 

【解】

장안성 성벽에 모여든 머리 흰 까마귀가

밤중에 延秋門(연추문) 위에 가서 우는가 했더니

또 민가 쪽으로 날아가서 큰집을 부리로 쪼아대네

집안에 대관들은 胡賊(호적)의 침입 피해 피난을 간 뒤고

천자도 황급히 황금채찍 휘둘러 九馬(구마) 타고 도망을 갔는데

골육마저 함께 챙겨 다라니지 못했으니

허리춤에 푸른 산호의 寶玦(보결)을 차고서도

가련하게 왕족 하나가 길가에 울고 있구나

내가 물어도 기어코 그 이름 밝히지 않으려 하며

다만 너무나 곤란하니 노복이라도 시켜 달고만 하네

이미 백일 동안이나 가시덤불 사이로 숨어 다녔는데

온몸엔 상처뿐 성한 피부 아무 곳도 없네

高帝(고제)의 자손은 모두 콧대 높이 버티고

천자의 핏줄은 보통 사람과는 다른데

지금은 이리와 같은 도적이 성안에 있고 천자는 들판에 있으니

王孫(왕손)이여 천금같은 그 몸 잘 보전하소서

이런 길가에서 감이 긴 이야기하고 싶지 않으나

왕손 위해 잠시 머무르며 이야기하리

어젯밤 싸움터의 피비린내 동풍에 풍겨 오더니

오늘 아침 적군의 낙타 온 장안 舊都(구도)에 가득하네

朔方(삭방)의 우리 씩씩한 군인들은

옛날에는 그렇게도 용감했는데 지금은 너무나 보잘것없네

몰래 들으니 천자는 이미 왕위를 물러주었고

新王(신왕)의 덕은 북방 回紇(회흘)을 감복시켜

회흘의 용사들은 충성을 맹세하며 설욕을 하겠다고 나서니

이 말 조심하며 말하지 말게 말하면 남에게 당하게 되리

슬프다 왕손이여! 이럴수록 신중하며 경거망동하지 마게

五陵(오능) 선조의 좋은 기운 일어나지 않을 때가 없소이다.

 

【註】

哀王孫(애왕손)... 安祿山(안록산)의 반란으로 천자를 비롯해서 모두 도망을 가고 장안 은 적군으로 가득한데, 그 가운데 피난 못간 한 왕족을 보고 가엽게 생각하고 지은 작품.

頭白烏(두백오)... 梁(양)의 侯景(후경)이 모반을 일으켰을 때 머리가 흰 까마귀가 朱 雀門(주작문) 문루에 모여들었다고 한다. 불길을 나타내는 징조라고 함.

延秋門(연추문)... 唐(당) 궁궐 西門(서문)의 하나.

屋底(옥저)....... 지붕 밑

達官(달관)....... 大官(대관)

胡(호).......... 오랑캐. 안록산의 군대.

金鞭(금편)....... 황금 손잡이로 된 채찍.

九馬(구마)...... 漢文帝(한문제)가 다른 지역에서 영접받아 위에 오를 때, 아홉 필의 駿馬(준마)가 있었다. 그 말을 빌려 玄宗(현종)의 御馬(어마)를 말 함.

骨肉(골육)...... 親族(친족)이라는 뜻. 여기서는 왕의 친족이면서도 다 함께 도망을 가지 못 한 것을 이름.

已經(이경)...... 이미. 가볍게 처리했다는 말.

高帝子孫(고제자손)... 唐(당) 高祖(고조)의 자손들.

隆準(융준)...... 콧대가 높은 것.

龍種(용종)....... 天子(천자)의 핏불.

豺狼(시낭)........ 승냥이와 이리 때. 여기서는 安祿山(안록산)의 반군을 이름.

龍在野(용재야)... 천자가 난을 피해 들에 피해 있는 것.

千金軀(천금구)... 천금같이 귀한 몸.

且(차)............ 잠시 동안.

斯須(사수)..... 須臾(수유)와 같음.

東風(동풍)..... 東(동)은 안록산이 처들어온 방향.

橐駝(탁타)........ 駱駝(낙타)

朔方健兒(삭방건아)... 朔方軍(삭방군)의 병사. 哥舒翰(가서한)이 지휘하던 군대.

好身手(호신수)... 체격이 좋고 전투능력도 있음.

傳位(전위)...... 天子(천자)가 帝位(제위)를 이양하는 것. 사실은 신하들의 강요로 양귀비를 죽이고 위를 아들에게 물러 주었다.

南單于(남단우)... 漢代(한대) 匈奴(흉노)에는 남북이 있고 남부의 추장을 남단우라고 했다. 여기서는 唐代(당대)에 있던 북방의 回紇(회흘)왕과 조약을 맺고 그들의 원조를 받기로 했다.

剺面(이면)....... 얼굴에 상처를 냄. 고래 匈奴(흉노)들은 칼로 얼굴을 찢고 상대에 대한 충성과 신의를 나타내는 풍습이 있었다.

雪恥(설치)...... 다의 관군이 안록산의 군대에게 패한 분풀이.

勿疎(물소)..... 소홀이 해서는 아니된다.

五陵(오능)...... 한 고조의 長陵(장능), 惠帝(혜제)의 安陵(안능), 景帝(경제)의 陽陵(양 능), 武帝(무제)의 茂陵(무능), 昭帝(소제)의 平陵(평능)을 말하는데 모 두가 渭水(위수) 북쪽 長安(장안)의 서북방 高原(고원)에 있다. 이를 빌 려 唐代(당대) 先祖(선조)의 능을 말하고 있다.

佳氣(가기)...... 태평스러운 분위기.

無時無(무시무)... 어느 때고 이것이 없을 때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