奉贈韋左丞丈二十二韻(봉증위좌승장이십이운)
杜甫(두보)
紈袴不餓死(환고부아사) 儒冠多誤身(유관다오신) 丈人試靜聽(장인시정청)
賤子請具陳(천자청구진) 甫昔少年日(보석소년일) 早充觀國賓(조충관국빈)
讀書破萬卷(독서파만권) 下筆如有神(하필여유신) 賦料揚雄敵(부료양웅적)
詩看子建親(시간자건친) 李邕求識面(이옹구식면) 王翰願卜鄰(왕한원복린)
自謂頗挺出(자위파정출) 立登要路津(입등요노진) 致君堯舜上(치군요순상)
再使風俗淳(재사풍속순) 此意竟蕭條(차의경소조) 行歌非隱淪(항가비은륜)
騎驢三十載(기려삼십재) 旅食京華春(여식경화춘) 朝扣富兒門(조구부아문)
暮隨肥馬塵(모수비마진) 殘杯與冷炙(잔배여냉자) 到處潛悲辛(도처잠비신)
主上頃見徵(주상경견징) 欻然欲求伸(훌연욕구신) 靑冥却垂翅(청명각수시)
蹭蹬無縱鱗(층등무종린) 甚媿丈人厚(심괴장인후) 甚知丈人眞(심지장인진)
每於百僚上(매어백료상) 猥誦佳句新(외송가구신) 竊效貢公喜(절효공공희)
難甘原憲貧(난감원헌빈) 焉能心怏怏(언능심앙앙) 祗是走踆踆(지시주준준)
今欲東入海(금욕동입해) 卽將西去秦(즉장서거진) 尙憐終南山(상련종남산)
回首淸渭濱(회수청위빈) 常擬報一飯(상의보일반) 況懷辭大臣(황회사대신)
白鷗沒浩蕩(백구몰호탕) 萬里誰能馴(만리수능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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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解】
비단 바지 입은 귀족자녀 굶어죽는 법 없으나
우리들 유학자는 몸을 망치는 법 허다합니다.
長者(장자)여 한번 조용히 들어 보소
천한 내가 모두를 갖추어 다 말하리다.
나 杜甫(두보)도 옛날 소년시절
일찍이 수도에 가서 시험에 응시했소
서책은 만 권을 독파하였고
붓을 들고 내려쓰면 마치 신의 도움이 있는 듯
賦(부)는 揚雄(양웅)의 적수인 듯 하였고
詩(시)를 보면 曹植(조식)과 가까웠으며
李邕(이옹)도 내 얼굴을 보고자 하였고
王翰(왕한)도 내 이웃에 살기를 원할 정도 였답니다..
스스로 생각하기를 남보다 뛰어 났으니
정부의 중요한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이며
우리 임군을 요순 이상의 성군으로 만들어서
다시 우리나라 풍속을 순박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런 뜻은 곧 허사가 되어 버렸고 쓸쓸하게도
은둔자도 아닌데 방황하며 노래나 부르는 신세가 되어
당나귀 타고 달리며 방황하기 오랜 세월!
나그네 신세 되어 맞이하는 서울의 화창한 봄
아침에는 부잣집 대문을 두드리고
저녁에는 부호가 달리는 말 먼지 뒤를 따르면서
먹다 남긴 잔 속에 술과 식은 고기안주로 연명하니
도처에 슬픔과 괴로움은 숨어 있었답니다.
먼저 번 주상께서 불러서 내 재주 시험하시기에
홀연 내 바램을 펼칠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새는 창공을 향해 날개를 느려 뜨려 날지 못하고
고기는 힘을 잃어 자유롭게 헤엄 칠 기력도 없어졌으나
심히 그대의 깊은 후의에 부끄럽게 생각하며
그대의 진실한 마음은 충분히 안답니다.
매번 많은 동료들 앞에서
내가 지은 시의 묘한 점을 칭찬해 주니
그대 같은 분이 요직에 있는 것을 貢公(공공)처럼 기뻐합니다.
그러나 나도 原憲(원헌)같은 가난은 감당하지 않으리니
어찌 능히 마음에 불만과 불편함을 품고
종일토록 그렇게 달리 수만 있겠습니까.
이제 저 동쪽 동해 속에 들어가 버리기도 싶고
또한 장차 장안을 떠나 서쪽으로 가고 싶지만
그래도 아직 終南山(종남산) 기슭에 미련이 있고
머리 돌려 맑은 渭水(위수) 가를 바라본답니다.
항상 나는 한 그릇 밥에도 꼭 보답코자 하고 있으니
하물며 조성 대신인 그대 곁을 떠날 생각을 하니!
광활한 물결 속에 출몰하는 백구 같은 신세가 되면
만 리 끝까지 누가 마음대로 길 드릴 수 있으리요.
【註】
紈袴(환고)........ 비단 바지. 귀족 자녀가 입는 바지. 즉 일도 하지 않고 편안하게 놀 고 먹는 부잣집 자녀를 뜻함.
儒冠(유관)........ 孺人(유인)의 冠(관). 讀書人(독서인)을 뜻함.
賤子(천자)..... 자신을 나추어 하는 말.
觀國賓(관국빈)... 周易(주역) 觀卦(관괘)에 있는 말. 서울에 가서 과거에 응시하는 일.
揚雄(양웅)..... 前漢(전한) 말, 賦(부)의 대표작가.
子建(자건).... 曹植(조식192 - 232). 武帝(무제)의 子(자), 文帝(문제)의 弟(제). 陳王 (진왕)에 책봉되어 시호를 思(사)라고 했으므로 陳思王(진사왕)이라 했 다. 10살 때 이미 문장을 잘 지은 천재적 작가였으므로 무제의 사랑을 받았으나, 형 문제의 미움을 사서 불우하였다. 기골이 뛰어난 그의 시 풍은 屈原(굴원) 이후의제 일인자로 손꼽힌다.
李邕(이옹)..... 當代(당대)의 명사. 北海太守(북해태수)가 되었음.
王翰(왕한: 687~726)... 자는 子羽(자우), 晉陽(진양) 사람. 젊어서 재주를 믿고 술을 좋아 했다. 진사과에 급제해서 재상 張說(장설)의 인정을 받아 秘書正書(비 서정서)가 되었으며 다시 駕部員外郞(가부원외랑)이 되었으나 장설이 재상을 그만두자 汝州刺史(여주자사)가 되었다. 그 뒤 道州司馬(도주사 마)로 좌천되었다가 거기서 죽었다. 當代(당대)의 詩人(시인)으로 유명 했다.
要路津(요노진)... 중요한 길.
行歌(항가)......... 가며서 노래를 부름.
隱淪(은륜)......... 隱遁(은둔)해서 세상을 피하고 있음.
騎驢三十載(기려삼십재)... 나귀를 타는 것을 가난을 상징한다. 오랜 세월 가난 속에 살 았다는 뜻.
肥馬(비마)....... 부자들이 타는 말이라는 뜻.
冷炙(냉자)...... 먹다가 암은 식은 고기.
主上頃見徵(주상경견징)... 主上(주상)은 玄宗(현종). 그는 天寶(천보) 6년, 천하에 공 고해서 재주 있는 사람을 모아 과거를 보였는데 당시의 세력자 李林 甫(이임보)는 그들을 뽑으면 자신의 입김이 약해질까 두려워 전원을 낙방시켰다.
欻然(훌연)..... 홀연
求伸(구신)..... 지금까지 웅크리고 있던 자신을 펼치려 하는 것.
靑冥(청명)...... 푸른 하늘.
垂翅(수시)...... 날개를 느려 뜨려 날 수 없는 새. 낙방한 자신에 비유.
蹭蹬(층등)...... 세력을 잃었다는 형용.
縱鱗(종린)..... 비늘을 마음껏 움직이며 헤엄치는 것.
厚(후).......... 자기를 厚待(후대) 해 주는 것.
眞(진).......... 진실하다는 것.
猥(외).......... 겸손을 뜻하는 말.
佳句(가구)....... 두보가 지은 詩(시)
貢公(공공)...... 貢禹(공우). 宣帝(선제) 때 하남의 令(영), 元帝(원제) 때 광록대부가 되었다. 친우 王陽(왕양)이 등용되자 자신도 추천될 것을 기대해서 좋 아했으며, 관의 먼지를 털고 기다렸다는 고사가 있다.
原憲(원헌)..... 孔子(공자)의 문인. 가난을 잘 견디기로 유명하였다. 후세에 자주 가 난한 讀書人(독서인)에 비유하고 있다.
怏怏(앙앙)........ 불평의 형용.
踆踆(준준)....... 달리는 모양.
去秦(거진)....... 秦(진)을 長安(장안)을 뜻함.
憐(연)............ 愛慕(애모)하는 것.
終南山(종남산)... 長安(장안) 부근에 있는 산.
淸渭(청위)....... 맑은 渭水(위수)의 물.
報一飯(보일반)... 史記(사기) 范睢(범휴) 전기에, 「한 그릇에 밥에도 반드시 은혜를 갚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상대방 호의에 감격해서 보은한다는 뜻.
大臣(대신)....... 韋(위)濟(제)를 일컬음.
浩蕩(호탕)...... 물결이 한없이 넓고 아득한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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