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밤
옛날에는 양반가에서 양반들이 모여 역시 야한 소리를 하면 놀았는데 그럴 때는 다음과 같은 약한 이야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 속에도 글이 있었다.
예전에 어느 양반집 대감이 며느릿감을 구하러 다니던 중 어떤 마을의 우물가를 지나다 보니 한 처녀가 물을 깃고 있었다.
차림새는 비록 남루하지만 용모가 뛰어나고 관상도 복스럽게 생긴 규수였다.
뒤를 따라가 보니 상민(常民)의 집 딸이었으나 신분과 관계없이 자청해 며느리를 삼기로 하였다.
그러나 아들은 상민의 딸을 신붓감으로 맞아드리는데 대해 불만이 많았다.
그리하여 첫날밤에 소박을 놓아 쫓아낼 생각으로 신부에게 시 한수를 써주며 적절하게 화답하지 못하면 잠자리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신랑 왈(曰) 청포대하(靑袍袋下)에 자신노(紫腎怒)요.
(푸른 도포의 허리띠 아래) (붉은 양물이 성을 낸다)
그러자 신부가 붓을 받아 들고는...홍상고의 (紅裳袴衣) 에 백합소(白蛤笑)요
(붉은치마 고쟁이 속)에 (흰 조개가 웃고있네)요.
라고 써서화답하니.....!
신랑은 신부의 학문에 놀라 소박은커녕 신부를 덥석 끌어안았고 내 양물은 강철 같은 살 송곳이니 오늘밤 흰 조개를 힘차게 뚫어보려 하오.
그러자 신부가 화답하길.
조개속에 풀무가 있으니 오늘밤 강철 같은 살 송곳을 뜨겁게 녹여볼까 합니다. 라고 대답하며,
그야말로 폭풍우 몰아치는 질풍노도와 같은 첫날밤을 보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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