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촌마을 당제와 호랑이 [안양시]
- 당제는 정성을 다 해야 -
수촌마을은 관양동에 위치한, 자연부락의 명칭으로 뺌말 즉, 빼어날수 마을촌을 합쳐 수촌이라 부른다.
수촌마을은 비옥한 토지와 아늑한 산세로 오래전 김해김씨 유생이 터전을 잡아 사는 마을로 마을의 뒷편인 관악산 큰골산에는 당집이 있으며 마을에는 당나무와 함께 아랫당이 있어 지금도 마을공동이 당제를 지내고 있는데 마을 당제와 관련하여 다음의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
해마다 마을에서 음력 시월초이틀에 당제를 지내는데, 당제를 지낼 때는 반드시 생기 복덕을 가려 청결하고 부정하지 않은 사람이 당주를 맡아야 했다.
그런데 어느 해인가 제사 전날 마을 당제로 모두가 바쁘고 더욱이 당제의 제관을 맡은 사람은 어느 때보다 더욱 몸조심을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만 기름지고 고소한 전을 보자 약주생각이나 남모르게 약주 한잔에 전을 집어먹게 되었다.
제수음식을 먹으면 안 되는거야 당연하지만 특별히 표시도 안나니 그냥저냥 넘어가 다음날이 되어 자정에 제를 지내게 되었다.
무사히 제도 마치고 더구나 음복까지 잘 끝났으니 제관으로서는 더없이 기분이 좋아 집으로 와서는 곧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 꿈결인지 생시인지 무언가 북북북 긁는 소리와 함께 문밖이 대낮처럼 훤하게 밝아오는 것이었다.
제관을 맡은 사람은 의아하기도 하고 두려움도 있었으나 그래도 용기를 내어 문을 열고 쳐다보니 큰 호랑이 한마리가 마당에 버티어서 땅을 긁고 있는데 눈빛이 얼마나 밝고 무서운지 쳐다보지도 못하고 그저 오금만 떨고 있을 뿐이었다.
제관은 순간 왜 호랑이가 와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이유는 제관으로서 제사를 부정하게 지냈기 때문인 것을 당사자인 본인이 모를리 없기 때문이다.
제관은 즉시 우물가로 달려가 물을 온몸에 끼얹어 목욕한 후 사발에 생수를 떠놓고는 ‘미천한 소인이 그저 죽을 죄를 짓고 제를 잘못 지냈습니다. 노여움을 풀고 용서하여 주십시오.’라고 머리를 조아리며 싹싹 빌었다. 그렇게 한참을 빈후에 보니 호랑이는 쿵소리와 함께 수수깡 담장을 넘어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후 다시 날을 잡아 정성을 다해 제를 올리고 동리사람에게 사죄하니 수촌마을은 더욱더 번성하고 풍요로운 마을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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