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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 청동거울과 옹기장수[안성시지에서]

청남

 

 

 

청동거울과 옹기장수[안성시지에서]

- 거울을 처음 본 어리석은 부부 싸움 -

 

 

 

청동거울과 옹기장수. 때는 지금으로부터 250여년 전 이조중엽 영조대왕 때의 일이다. 안성 고을 어느 한적한 마을에 박생(朴生)이라 불리우는 옹기장수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옹기장수는 어딘가 모르게 모자란 듯이 생긴 얼굴처럼 용렬은 하나 천성은 아주 순박하고 어리석은 사람이었다.

다 스러져가는 오막살이에서 살고 있을망정 누구를 속인다거나 괴롭히는 일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는 위인이었다.

어느 해 무덥던 여름도 지나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라 이제는 '옹기'가 좀 팔리려니 생각 하였지만 웬 일인지 옹기장수에겐 수입이 없었다.

그러니 부인의 강짜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렇게 아내의 바가지가 시작되면 능글맞게 슬슬 어루만지며 달래야 되는 것이련만 박생은 아직까지 그런 수단을 모르는 위인이었다.

 

하루는 부인이 얼마나 성화를 부리면서 야단을 하는지 박생은 내심으로 옹기 한짐을 지고 오막살이 집을 나서면서 오늘은 좀 운수대통으로 많이 팔아야 겠다고 생각을 하고 고을로 들어가는 길목에 지게의 짐을 내려놓고 손님이 찾아오기를 무작정 기다렸다.

그런데 그날은 유난히 재수가 없는 날이었다. 해는 어느덧 머리 위를 지나 서쪽으로 기울어 가는데도 값을 물어보는 손님조차 없었다. 집에서는 아내가 목을 길게 빼고 기다리고 있는데 옹기장수 박생은 천하태평이었다.

 

사실 이 고을 입구의 길에는 사람의 왕래가 거의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런 곳에 짐을 풀고 손님을 기다리는 박생의 내심은 그런 것도 아니며 나름대로 속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흐흣, 녀석들은 바보란 말이야. 옹기 장수가 이 안성 고을에 수십명인데 장터에서 내것 사라고 떠드는지 모르겠어. ! 나처럼 혼자 점잖게 있으면 싸울 필요도 없을텐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허사였으며 한적한 길 모퉁이에서 끄덕끄덕 졸면서 공상에 빠져들고 있었다. ‘한푼짜리 옹기는 두푼을 받고 두푼 짜리는 네푼을 받으면 두배가 남는 장사인데․․․잘만하면 곧 바로 부자가 될 터인데․․․이런 생각이 머리에 떠 오르니 박생은 더욱 정신을 가다듬어 이제는 지게 막대기를 들고 오락가락하며 암산을 계속했다.

 

그럼 한냥은 두냥으로 늘어날 것이요, 두냥이 넉냥으로 되면 차차로 배가 늘어나 재산이 만냥에 이를 것이니 곧 부자가 아닌가, 자고로 부자는 처세함에 있어서 인색하게 살 것이아니렸다.

인색하지 않으려면 어찌 게딱지 같은 집에서 살랴. 아흔아홉칸 집을 짓고 세간을 들여 놓는다면 주인인 내가 살 것이고 일처(一妻)와 일첩(一妾)은 남자의 상사(常事)니 처첩을 많이 두리라.

 

그후 한집에 사는 처첩이 투기로서 서로 싸운다면 이렇게 다스리리라.‘라며 혼자 중얼거렸다. 마치 정신나간 사람처럼 옹기짐 곁을 서성대던 박생은 갑자기 손에 들고 있던 지게 작대기를 번쩍 들어서 힘껏 옹기를 향해 내려쳤다.

이얏!’소리와 함께 쨍그렁! 하며 그릇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미칠듯이 옹기 그릇을 마구 난타하던 그가 별안간에 그릇 깨지는 소리에 문득 정신이 들어 앞을 살펴 보니 엉망이었다.

 

아이고! 이게 어찌된 일이냐?’ 라고 한탄을 하다가 너무 가가 막혀 땅에 털석 주저앉아서 생각해보니 장사 밑천인 옹기는 산산 조각이 나고 지게까지 망가져 버렸으니 갈수록 태산이었다.

 

아이구!망했구나, 첩은 그만두고 마누라 한테도 쫓겨나게 생겼으니 이를 어찌한담․․․ 아이고 아이고옹기장수 박생이 부리부리한 눈에서 주먹 같은 눈물을 씻어내며 통곡을 했지만 이미 깨어진 그것이 다시 붙여질리도 만무한 일이다.

집에 가서 부인의 성화를 어떻게 견뎌야 되나하고 걱정을 하면서 무심코 깨어진 옹기를 바라보니 묘하게도 성하게 남아있는 서푼짜리 옹기를 하나 발견했다.

그래서 하나는 남았구나! 허리를 굽혀 조그만 동이를 집어들고 힘없이 집으로 돌아가던 박생은 엎친데 덮친 격으로 소나기를 만났다.

제기랄 좀 빨리 쏟아졌다면 옹기나 깨먹지 않았을 것을․․․입으로 연신 소나기를 원망 하였지만 그대로 비를 맞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길가에 있는 대장간 속에 들어가 비를 피하기로 했다.

 

허나 비는 점점 세차게 쏟아질 뿐 영 그칠줄을 모르고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소낙비를 맞은 탓인지 그만 재채기를 하며 손을 폈다. ‘재채기를 막으려고 무심코 손을 펴다가 한개 남은 옹기마저 대장간 화로벽에 떨어뜨려 깨트리고 만 것이다.

그 날 집으로 돌아온 박생은 부인에게 갖은 고통을 다 받았지만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마지막 남은 재산인 돼지새끼를 팔아 얼마간의 장사 밑천을 마련하여 한양으로 장삿길을 떠나도록 주선했다.

부인은 박생에게 심신 부탁하기를 옹기장수는 생각도 말고 여러가지 잡화상을 하라고 간곡히 당부를 열번도 더 했다.

 

그리고 나서 부인은 박생에게 중천에 뜬 달을 가리키면서 한양 저자에는 달마같은 청동경(거울)이 있다고 합니다. 내 평생 소원이 그것을 갖는 것이었는데 꼭 사오시어 나로 하여금 볼 수 있도록 해주세요하니 박생은 하늘에 떠있는 달을 쳐다보며 염려 말라고 끄덕였다.

다음날 한양길을 떠난 박생은 이리저리 장사를 했는데 예상외로 잘 되어 집으로 돌아올때 아내가 부탁한 일 이 생각나서 하늘을 봤다. 서울로 떠날때의 달은 분명 보름달이었지만 이미 하현이 되어 반달이 떠 있었다.

 

무식한 박생은 저자로 달려가 이것저것 생각없이 달과 똑같은 것을 찾았다. 가게 주인에게 달과 같은 물건을 달라고 하였다. 주인은 하늘을 보더니 만달인지라 이리저리 생각하더니 참빗을 내어 주었다. 박생은 맞았다고 좋아서 이것을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것을 본 부인은 하도 기가막혀 이 물건이 당신 눈에는 달과 같이 보인단 말이요하고 펄펄뛰며 야단을 하는 것이다.

한양의 달은 이 물건과 꼭 같으나 시골의 달과는 전면 다르니 참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다음에 장사 떠날 때는 꼭 시골달과 똑같은 물건을 사와야겠다고 벼르고 한양으로 떠났다. 전번에 들렸던 저자에 가서 다시 설명을 하면서 시골달과 같이 둥근 물건을 주시오하고 주인에게 말하니 주인은 한참 생각하더니 !알았다고 하면서 청동거울을 내 주면서 이것을 말하는군․․․하더니 잘 싸주었다.

박생은 이제는 마누라에게 칭찬을 받겠지하고 볼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와 부인에게 사온 물건을 보였다. 부인은 물건을 받아 들고 좋아하면서 이것이라고 기뻐하였다.

 

그러나 이걸 어찌하나!’ 청동거울을 한참 들여다 본 부인은 사색이 되어 남편에게 난리를 치는 것이 아닌가, 한양가더니 정말 첩을 데려오고서도 시치미를 떼느냐고 펄펄뛰며 야단이다.

각주 : 한양의 달은 이 물건과 꼭 같으나 시골의 달과는 전혀 다르니 참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박생은 분명히 혼자 집에 들어왔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암만 변명을 하여도 막무간하며 성질을 내는 것이었다.

어쩌거나 청동거울이나 좀 보자고 하면서 거울을 보았다. 허허 이건 또 무엇이냐, 거울 속에 우둥퉁하게 생긴 남자가 박생을 보는 것이 아닌가, 미련한 박생 생각에도 자기가 한양에 장사하러 다닐때 부인이 외간남자와 바람을 피웠구나, 도대체 이놈이 누굴까 하고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박생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부인에게 덤벼들었다.

 

이들 부부는 밤새껏 거울속의 남녀관계로 싸움을 하였다. 결판이 나질 않았다. 무식한 이 부부는 결국 관가로 가서 옳고 그름에 대한 판가름을 따지게 되었다.

높은 동헌 마루에 앉자 육방관속과 사령들까지 도열시켜 놓은 안성관사의 사또는 어제 마신 술이 덜 깬 듯한 얼굴이 찌푸리며 귀찮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이들 부부는 이제까지의 일을 소상히 아뢰었다. 이렇게 되자 사또의 머리는 더욱 복잡해졌다.

거울 때문이라. 그럼 그 거울좀 보자.’하고 사또는 거울을 보았다. 생전 처음보는 거울인지라 자기의 면모를 알지 못하다가 얼핏보니 관복차림을 한 벼슬아치가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 사또는 아니 이럴수가․․․ 벌써 임기가 다되어 신관사또가 왔나보구나!’ 한양에서 이미 신관사또가 도착했으니 관부를 속히 봉인하고 이만 관아를 파하도록 하라. 거울을 보고 신관사또가 부임했으니 자기의 일이 끝났다고 제 멋대로 판단한 사또는 박생부부를 동헌뜰에 남겨놓고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아니 사또님! 어이되는 것이옵니까?’ 부부는 끝을 맺지 못하니 큰일이라는 듯이 사또를 목메어 불렀지만 이미 사또는 내아로 들어가 버린 뒤었다.

잠시후 관가를 나온 두 부부의 모습은 허탈한 사람같았다. 자기들의 싸움 원인과 사또의 허둥대는 이유가 모두 거울로 인하여 벌어진 것을 모르는 그들은 집으로 돌아와서 또 싸움을 계속했다는 이 어리석은 이야기가 오늘에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 곳의 자료는 청남선생님의 열정으로 만들어진 소중한 자료입니다.
자료를 사용하실 때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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