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인의 해학
▣ <노가다> 말 안 쓰기
일제 치하에서 36년간 고통 받았던 그 일을 생각하면 일본어는 보기조차 싫어진다. 그런데도 우리 내 사회에서는 그 일본말로 된 외래어가 판을 치고 있으니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주로 공사장에 가면 온통 그런 말이 난무하고 있다. < 호리가다> <야리가다 > <덴죠 > <니승각구 > 전신 만신에 일본말들이다. 또 옷가게나 미장원도 마찬가지다. <소데마끼 > <네직기> 꼭 그렇게 써야만 하는지 ?
어째 거나 여기 공사판에 다니던 어느 부자(父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고향 떠나 객지(客地)에서 공사판을 전전하던 아들이 아버지를 모시고 고향으로 가서 어머니 제사(祭祀)를 지내려고 열차를 탔다.
경부선 열차에 몸을 실은 부자는 그 동안 객지에서 고생했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버지가 아들을 보고하는 말이 < 막노동판에서 일한 우리 내가 배운 거란 뭐가 있나 ?. 집에 가거든 동리 사람 보는데 막노동판에서 쓰던 말을 하지 말자 >고한다. < 그럼요 . 저야 뭘 괜찮습니다. 만 아버지나 조심 하이소 > 서로가 단단히 약속을 했다.
어느덧 고향에 돌아와 밤이 되어 제사를 지내게 되었다. 지방을 쓰고 진설(陳設)하는 과정이다. <과실은 맨 앞줄에다 조. 율. 이. 시. 차례로 쓰고 다음 줄에는 채소를 놓는 거 알지 ? > < 네 ! 아버지. 그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 이렇게 하여 진설이 끝나고 참신(參神)을 하려는 참인데 제사상에 괴어놓은 밤 접시가 비스듬히 넘어가고 있었다. 이를 본 아들이 < 아버지 ! 밤이 야마가 돌아갑니다. > 고 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큰소리로 < 너 이놈 ! 노가다 말은 안 쓰기로 해놓고 그 무슨 소리냐 ? 이따가 시마이하고 보자. >하더란 것. <야마>는 무엇이고 <시마이>는 또 무엇인가 ? 이들 부자(父子)는 그 나물에 그 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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