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훈 써주기 11년 봉사
-청남 권영한 선생-
단풍이 곱게 물드는 지난 10월 23일 안동 민속박물관을 찾아가 가문의 뿌리를 지키며 전통문화 교육과 가훈 써주기를 11년 째 무료 봉사하고 있는 청남 권영한 선생을 만났다.
청남 선생은 60여 년의 서력을 갖고 있는 서예가로서 현재 안동전통문화 연구회장과 ‘(사)문화를 가꾸는 사람들’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를 50권이나 펴낸 저술가이기도 하다.
선생을 처음 만나게 된 것은 경기도 구리시 시민공원에서 열렸던 ‘제8회 전국평생학습 축제’를 취재하면서였다. 전국 76개 도시에서 637개 기관단체가 참여해 지역마다의 특색을 갖고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청남 선생은 ‘안동평생학습 교육센터 부스’에서 몰려드는 관람객들에게 일일이 가훈을 써 주고 있어 관심을 끌었다. 그 자리에서 많은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어 날짜를 정해 인터뷰를 요청했던 것이다.
청남 선생이 가훈 써주기 봉사를 하고 있는 안동민속 박물관에 들렀다. 낮은 산들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가운데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는 박물관은 눈부신 가을볕이 내려앉은 정원에 곱게 물든 단풍으로 그림의 한 폭이었고, 한복차림에 인자한 모습으로 취재진을 맞이하려고 박물관 뜰에 나와 서 있는 청남 선생은 그림 속의 고고한 학처럼 보였다.
청남 선생은 박물관 2층 로비에 마련된 선생의 작업장으로 안내하며 인터뷰에 방해가 될까봐 관람객들이 붐비지 않는 평일 오전을 택했다고 했다.
인터뷰에 앞서 취재진들에게 성씨를 물어 그 가문에 훌륭했던 조상님들이 남긴 명언을 가훈으로 써주었다.
청남 선생은 인터뷰에서 ‘오늘을 잘 살기 위해 내일의 희망과 목적을 갖고 살아야 한다. 또 현대인들은 앞만 보고 달려가느라고 뒤를 돌아보지 못해 조상의 뿌리를 알지 못한다며 그것을 일깨워주려고 가훈 써주기를 한다. ‘고 했다.
‘실버들은 충효 사상을 강조하며 살아야 우리의 문화를 지킬 수 있다. 또 사람은 돈이 생겨야 보람 있고 재미가 있지만 실버들에겐 돈 생기는 일이 많지 않으니 보람 있는 일을 찾아 정성과 열정을 쏟는데 매진해야 건강하고 즐거운 삶이 될 것이다.’ 라고 했다.
인터뷰를 끝내고, 점심 식사를 하기위해 선생은 취재진들을 ‘헛제사밥’ 이란 이름의 식당으로 안내했고, 식사를 하며 ‘헛제사밥’이란 옛날 양반 가문의 서생들이 늦은 밤까지 공부를 하다가 헛헛할 때 먹던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귀가 길에 하회마을를 들렀는데 거기서 청남 선생의 제자인 익제 서태석 씨를 만났다. 그 또한 그곳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가훈을 써 주고 있었으며 우리에게 스승의 자랑을 했다.
시종일관 흐트러짐 없이 자상한 모습을 보여준 청남 선생은 우리의 전통문화를 가꾸고 지키며 교육하는 이 시대에 보기 드문 선비였다.
실버넷뉴스 김성근 기자
실버넷뉴스 박금산 기자
실버넷뉴스 영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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